"생거(Sanger)센터는 인류 전체의 보건을 위해 필요한 기초과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게놈 프로젝트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연구분야지요"

인간 게놈(genome) 프로젝트의 선두주자들 가운데 하나인 생거센터의 부소장 리처드 더빈 박사.

그는 인간 유전자지도를 규명하는 작업은 암연구 등 각종 바이오관련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로 쓰일 것이므로 공공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생거센터는 세계적 비영리재단인 웰컴트러스트와 영국의학연구협회가 공동으로 설립한 연구소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대부분 공공부문에서 쓰일 거라 믿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생거센터는 이번 연구와 관련해 어떤 특허도 신청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인간유전자 지도를 90% 이상 완성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미국 기업 셀레라에 대해 경쟁의식을 느끼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추구하는 바가 다르므로 부담스럽지 않다고 대답한다.

또 접근방법에 있어서도 판이하다고 설명한다.

"셀레라는 동시다발(shot-gun)식 접근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염기에 대한 정보는 90% 이상 해석을 했으나 전체적인 지도를 그리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퍼즐의 조각은 거의 찾았으나 각 조각이 들어갈 위치는 못 찾았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생거는 차곡차곡 지도를 그려 나가는 방법을 채택했습니다. 언뜻 보면 시간은 더 오래 걸릴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지도 전체의 완성을 더 빨리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더빈 부소장은 최근 각광을 받는 분야인 바이오인포머틱스 실장이기도 하다.

바이오인포머틱스는 방대한 양의 유전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고 유전자 규명에 필요한 각종 해석을 하는 작업뿐 아니라 필요한 유전정보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서비스도 의미한다.

바이오와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의 절묘한 결합인 셈이다.

"3년후 예정대로 시퀀싱(염기배열)이 끝난다고 해도 프로젝트는 새로 시작됩니다.

시퀀싱은 해답이 아니라 정보에 불과하므로 학문연구와 생의학기술의 기본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보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는 이같은 바이오 정보의 심층 해석을 위해서는 컴퓨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생거센터가 자리한 웰컴트러스트 게놈 캠퍼스는 1개의 슈퍼컴퓨터 대신 워크스테이션급 컴퓨터 4백대를 병렬로 연결해서 전산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50대 컴퓨팅 사이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많은 양의 정보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게놈프로젝트로 인해 부각되고 있는 소프트웨어산업이 바이오인포머틱스라면 하드웨어산업에는 바이오칩이 있다.

더빈 부소장은 제약.의약 등 분야에서 유전정보를 인체에 직접 적용할 수 있게 하는 매체인 바이오칩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