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무료 운영체제(OS)인 리눅스가 선풍적인 인기다.

전세계적으로 리눅스 사용자는 1천5백여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그 수가 이미 10만명을 넘어섰다.

리눅스의 이같은 확산은 단지 가격이 싼 때문만은 아니다.

리눅스의 기본 철학인 ''정보의 공유와 나눔, 그리고 도전'' 정신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인터넷을 통한 지구촌 공동체를 꿈꾸는 젊은 네티즌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비즈니스에서 리눅스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리눅스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단지 유망한 사업 모델로만 인식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대가 없는 정보 공유란 단지 이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런 현실속에서 ''정보 공유와 도전''을 모토로 리눅스의 이상을 실현하겠다고 나선 젊은 벤처인들이 있다.

바로 인터넷 제국의 최건(32) 사장을 중심으로 한 20대 초반의 젊은 ''전사''들이다.

이들은 나눔의 철학을 철저히 실천하면서도 기업 가치를 법인설립 4개월 만에 1천억원대로 올려 놓는 사업가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국내 최다 서버 보유""설립 3개월 만에 흑자전환""국내 최대 무료계정 제공" 등이 인터넷제국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정식 법인 설립 4개월에 불과한 신생 벤처기업의 성과라고 보기에는 쉽게 믿기지 않는 대목들이다.

바로 그 배경에 독특한 리눅스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이 회사 수익의 원천인 서버호스팅 서비스가 그렇다.

인터넷제국이 소유하고 있는 서버는 1천여대.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인 KIDC가 관리하는 전체 서버가 8백50여대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규모다.

여기에다 3월말까지 2천대의 서버가 추가로 들어온다.

한대에 수천만원인 이들 서버를 벤처기업에 무료 제공하는 것이다.

전용회선료도 다른 데이터센터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지난해말 서비스가 시작된 지 불과 2개월 만에 1천대의 서버 용량이 동나 추가로 서버를 들여오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모두 1만7천여대의 서버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최 사장은 밝혔다.

인터넷 정보 및 무료계정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포털사이트 인터피아98(www.interpia98.net)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 및 1백메가바이트(MB)급의 홈페이지는 물론 피아메일(www.piamail.net) 사이트를 통해 제공하는 50MB급의 E메일도 모두 무료다.

이런 사실이 네티즌 사이에 알려지면서 인터피아98의 경우 지난해말 초당 데이터 송.수신량이 4백MB를 넘어 국내 포털사이트 가운데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로그인 절차를 생략해 회원이 몇 명인지를 알 수 없을 뿐"이라는 게 최 사장의 답변이다.

"영원한 벤처"는 인터넷제국이 내건 또 하나의 화두다.

"직원 40명,월급여 3천7백만원,하루 근무시간 18~22시간"이라는 근무 여건이 인터넷제국 전사들의 벤처정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매일 새벽 2시면 서울 신사동 사무실에 신세대 가수 유승준의 히트곡 "비전"이 울려퍼진다.

신나는 음악으로 분위기를 새롭게 하는 것 이외에 대부분 20대 초반인 직원들에게 비전을 갖고 일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렇다고 직원들을 대가 없이 혹사(?)시키는 것은 아니다.

적은 월급 대신 모든 직원들에게 수천에서 수만 주의 주식을 나눠주고 있다.

현재 12억원의 납입 자본 중 30%인 약 4억원어치의 주식을 직원들이 갖고 있다.

평가 가치로만 따지면 이미 수억원대의 부자들이다.

장기적으로 더 많은 주식을 직원들에게 분배,"사원주주 회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최 사장은 밝혔다.

이같은 일에 대한 열정은 입사 초기 스파르타식의 교육에서 시작된 독특한 공동체 문화에서 비롯된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먼저 청소부터 시작하는 4개월간의 엄격한 견습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한 식구와 같은 끈끈한 유대가 형성된다고 직원들은 전한다.

직원을 뽑을 때도 학력이나 전공 따위는 보지 않는다.

"일에 흥분할 줄 아는 젊은이면 된다"는게 최 사장의 설명이다.

유난히 지방 대학생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견습기간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면 웬만한 웹시스템이나 서버 운영은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전문가로 변신하게 된다.

인터넷제국은 최근 밤새워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회사 근처에 오피스텔을 2개 얻었다.

식사도 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내달중에 30억~40억원선의 빌딩을 하나 얻어 사무실 겸 기숙사로 이용할 예정이다.

인터넷제국은 전세계 인터넷시장에 한국의 "인터넷 제국"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 계획은 이미 상당부분 실행단계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오는 6월이면 미국과 일본에 현지 법인이 세워질 예정이다.

이미 영문 및 일본어판 사이트가 완성됐다.

최 사장은 "유료보다 더 뛰어난 무료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국의 리눅스 정신을 전세계에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