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려면 유니크로(UNI-QLO)를 배워라"

제일모직 롯데 LG패션 코오롱상사 등 국내 대형 패션기업들 사이에 "유니크로" 벤치마킹 열풍이 일고 있다.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사 내놓은 캐주얼 브랜드 "유니크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입을 수 있는 캐주얼 의류를 싸게 판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99년 한해동안 1천1백10억엔(3백38개점포)의 경이적인 매출을 올려 일본열도를 흔든 상표.회사 주식값도 20배나 뛰어 시가총액이 1조엔을 넘어섰다.

일본 소매업계에서 시가총액 1조엔을 넘는 기업은 세븐일레븐재팬(편의점) 이토요카도(대형양판점)정도다.

1천9백엔(2만여원)짜리 셔츠, 2천9백엔(3만여원)짜리 청바지를 팔아 우리 돈으로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인 유니크로의 성공비결을 찾기위해 한국 패션업체들이 너도나도 "유니크로 연구"에 나서고 있다.

제일모직의 한 임원은 "유니크로의 판매시스템이 국내 의류업계의 진로를 제시하고 있다"며 "요즘 고위 임원들이 잇따라 도쿄 출장을 통해 유니크로 연구 리포트를 작성, 그룹 회장선까지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상사 관계자도 "90년대 중반 부진의 늪에 빠졌던 패스트리테일링이 유니크로를 통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노하우를 연구중"이라고 전했다.

<> 성공비결1=유니크로의 성공비결로 첫손꼽히는 것은 장사가 될만한 상품을 집중적으로 밀어주는 포커스전략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의류매장들은 좁은 공간안에 이것저것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구색맞춰 깔아놓는데 치중했다.

그러나 유니크로는 소비자가 좋아할만한 상품 몇가지만 골라 매장 전체에 대량으로 진열해 놓는 방법을 택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8백만장 판매의 신화를 만든 프리스셔츠.지난 겨울 유니크로는 방한복의 일종인 1천9백엔짜리 프리스셔츠를 8백만장이나 팔아치우는 "사건"을 일으켰다.

일본 인구가 1억2천6백만명임을 감안하면 15명 가운데 1명은 이 제품을 샀다는 얘기다.

유니크로는 이 제품 시판에 앞서 도쿄 지하철역과 차내에 "프리스에 자신있다"라고만 써넣은 포스터를 내걸고 주요 매장의 쇼윈도와 입구 등 눈에 띄는 장소에 프리스셔츠를 가득 쌓아놓았다.

판매자가 팔고 싶은게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강조하는 이 포커스전략이 고객의 구매의욕을 자극, 매출을 폭발적으로 증대시키는 성공을 가져왔다.

매출증가는 원자재 조달가격과 생산비용을 낮췄고 품질을 향상시켜 다시 매출을 높이는 선순환(善循環)을 낳았다.

<>성공비결2=포커스전략에는 함정이 있다.

고객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잘못 예측하면 엄청난 재고부담을 안게 된다.

유니크로는 ABC(All.Better.Change)라고 이름붙인 경영전략으로 위험요소를 줄였다.

이 회사의 야나이 사장은 최근 닛케이비즈니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만들어 놓은 것을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까"에서 "잘 팔리는 것을 어떻게하면 빨리 만들까"로의 발상전환이 ABC전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들의 패션사업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생산과 판매의 괴리로 꼽힌다.

많이 만들어 놓고 팔다가 상품이 남으면 40-50%씩 인하하거나 "땡처리"로 정리한다.

반면 잘팔리는 제품은 생산이 따라가지 못해 판매시점을 놓치고 마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패턴이다.

판매예측과 생산물량 결정은 성수기를 6개월쯤 앞두고 이뤄짐으로써 예측이 어긋날 확률도 컸다.

그러나 유니크로는 매출추이를 보고 일주일 단위로 생산수량을 조정한다.

정확하고 원활한 생산을 위해 중국 각지에 1백30곳의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다.

셔츠를 예로 들면 적정 물량만 먼저 만들어 뿌린뒤 판매동향을 보고 색깔과 사이즈를 결정, 곧바로 추가생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유니크로는 매장에 진열될때까지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부는 옷감상태, 일부는 염색상태의 원단을 갖고 있다가 수요패턴을 보고 바로 잘팔리는 색상, 사이즈로 제품을 완성시킨다.

판매동향에 따른 즉시반응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반응을 유도해낸 것이다.

설현정 기자 sol@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