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베를린 선언의 실천과제..조동호 <북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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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호 <한국개발연 북한경제팀장>
통일은 과연 올 것인가.
온다면 언제일까.
흔히 받게 되는 질문이지만 참으로 부질없는 질문이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통일 그 자체가 아니다.
전체 한민족의 삶의 질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우리 민족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이는 분단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통일을 바라는 것이며,따라서 통일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인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은 그 자체보다는 통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전쟁을 통해서 통일이 이루어지는 경우 오히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삶을 파괴시킬 뿐이다.
따라서 통일과정은 반드시 평화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하며,통일은 남북한의 서로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남북한간 평화의 정착과 협력의 강화는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사실 평화가 정착되고 협력이 강화된다면 통일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며,설사 정치적 통일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미 실생활에서는 통일의 편익을 대부분 누리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통일을 이야기할수록 통일은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위해서는 사전적으로 경제협력이 활성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통일을 지나치게 염두에 둔 나머지 경제협력이 북한을 회생시켜 통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을 염려하는 것이야말로 통일을 저해하는 것이다.
따라서,통일은 잊자.
통일을 위해서 통일을 잊자.
내일의 통일보다는 우선 오늘의 평화,오늘의 협력에 노력을 기울이자.
평화와 협력 없이는 통일이 오지도 않을 것이며,온다고 해도 우리가 원하는 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일이 언제 될 것인가를 묻지 말고,평화와 협력이 언제 어떻게 정착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자.
이번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베를린 선언은 정부 당국간의 경제협력,냉전 종식과 평화 정착,이산가족 문제 해결,남북한 당국간 대화 등 4개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4개항이 동렬은 아니다.
냉전 종식과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하에 당국간 경제협력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당면한 실천과제로,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당국간 대화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을 지향하되 통일을 이야기하지 않고 그 실질적 과제로 평화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이번 선언은 새 천년 남북관계의 방향 설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제 문제는 베를린 선언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경제협력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북한의 호응이 없다면 이번 선언은 그 의의에도 불구하고 문자 그대로 선언에 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발표 이전에 북한에 선언의 내용을 통보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이런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선정을 위해서 당국간 대화를 우선적으로 요구한 다면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가 먼저 경제협력의 구체적인 분야와 내용,일정 등 사업 프로그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남북관계는 우리가 앞서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둘째,상호주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선언에서 당국간 경제협력과 이산가족 문제가 연계되어 있는지의 여부는 모호하다.
그러나 지난 번 비료회담의 경우에서 본 바와 같이 두 문제가 연계되어 있는 것이라면 이번 선언도 성과는 불투명하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상호주의의 포기를 제안한다.
경제 문제는 경제적인 차원에서,인도적인 문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궁핍하고 정치적으로는 동요를 걱정하고 있는 북한의 현 상황에서 상호주의에 따라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란 없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우리 정부도 이미 신축적 상호주의니 유연한 상호주의니 하면서 상호주의를 상당부분 유보하는 입장을 취해오고 있기도 하다.
셋째,이번 선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혹시라도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특사교환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면 이는 이번 선언의 의의를 정부 스스로 손상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발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이번 선언이 총선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의혹이 근거없는 것임을 정부는 선언의 실천과정에서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필자약력
=<>미국펜실베이니아대학교대학원 노동경제 박사
<>헝가리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초빙연구원(1995)
<>세계화추진위원회 전문위원(1997)
통일은 과연 올 것인가.
온다면 언제일까.
흔히 받게 되는 질문이지만 참으로 부질없는 질문이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통일 그 자체가 아니다.
전체 한민족의 삶의 질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우리 민족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이는 분단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통일을 바라는 것이며,따라서 통일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인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은 그 자체보다는 통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전쟁을 통해서 통일이 이루어지는 경우 오히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삶을 파괴시킬 뿐이다.
따라서 통일과정은 반드시 평화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하며,통일은 남북한의 서로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남북한간 평화의 정착과 협력의 강화는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사실 평화가 정착되고 협력이 강화된다면 통일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며,설사 정치적 통일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미 실생활에서는 통일의 편익을 대부분 누리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통일을 이야기할수록 통일은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위해서는 사전적으로 경제협력이 활성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통일을 지나치게 염두에 둔 나머지 경제협력이 북한을 회생시켜 통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을 염려하는 것이야말로 통일을 저해하는 것이다.
따라서,통일은 잊자.
통일을 위해서 통일을 잊자.
내일의 통일보다는 우선 오늘의 평화,오늘의 협력에 노력을 기울이자.
평화와 협력 없이는 통일이 오지도 않을 것이며,온다고 해도 우리가 원하는 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일이 언제 될 것인가를 묻지 말고,평화와 협력이 언제 어떻게 정착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자.
이번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베를린 선언은 정부 당국간의 경제협력,냉전 종식과 평화 정착,이산가족 문제 해결,남북한 당국간 대화 등 4개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4개항이 동렬은 아니다.
냉전 종식과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하에 당국간 경제협력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당면한 실천과제로,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당국간 대화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을 지향하되 통일을 이야기하지 않고 그 실질적 과제로 평화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이번 선언은 새 천년 남북관계의 방향 설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제 문제는 베를린 선언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경제협력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북한의 호응이 없다면 이번 선언은 그 의의에도 불구하고 문자 그대로 선언에 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발표 이전에 북한에 선언의 내용을 통보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이런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선정을 위해서 당국간 대화를 우선적으로 요구한 다면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가 먼저 경제협력의 구체적인 분야와 내용,일정 등 사업 프로그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남북관계는 우리가 앞서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둘째,상호주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선언에서 당국간 경제협력과 이산가족 문제가 연계되어 있는지의 여부는 모호하다.
그러나 지난 번 비료회담의 경우에서 본 바와 같이 두 문제가 연계되어 있는 것이라면 이번 선언도 성과는 불투명하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상호주의의 포기를 제안한다.
경제 문제는 경제적인 차원에서,인도적인 문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궁핍하고 정치적으로는 동요를 걱정하고 있는 북한의 현 상황에서 상호주의에 따라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란 없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우리 정부도 이미 신축적 상호주의니 유연한 상호주의니 하면서 상호주의를 상당부분 유보하는 입장을 취해오고 있기도 하다.
셋째,이번 선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혹시라도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특사교환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면 이는 이번 선언의 의의를 정부 스스로 손상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발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이번 선언이 총선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의혹이 근거없는 것임을 정부는 선언의 실천과정에서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필자약력
=<>미국펜실베이니아대학교대학원 노동경제 박사
<>헝가리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초빙연구원(1995)
<>세계화추진위원회 전문위원(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