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의 상장주식 매도공세가 심상치 않다.

주식형수익증권의 환매(자금인출)가 매도를 재촉하고 있다.

투신사들은 지난주 9천3백억원을 순매도,이달들어 지난 10일까지 무려 1조2천3백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3일에도 2천5백억원의 매도우위였다.

그 결과 투신사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주는 매물공세에 시달리면서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날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약해지자 대형주는 폭락세를 보였다.

반면 투신권의 매물이 닿지 않는 개별종목은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형주의 급락으로 주가가 36.70포인트 폭락했지만 상한가 2백28개를 포함,오른종목이 6백31개에 달해 화려한 개별종목 장세가 펼쳐졌다.

이른바 "역차별화 장세"가 전개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물밀듯 밀려오면서 기관화장세에서 나타난 "빅5"중심의 차별화장세가 이젠 펀드환매를 맞아 상황이 뒤집어지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일과성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형주 약세현상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투신권 매도공세=지난해 듬뿍듬뿍 주식을 사들이던 투신사들은 올들어 일관되게 "팔자"에 나서고 있다.

장세전망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자금사정이 주된 원인이다.

한 투신사 주식운용부장은 "시장 전망은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 않지만 펀드환매 신청이 계속되고 있어 어쩔수 없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신사들은 지난 1월 5천9백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2월부터 매도우위로 전환했다.

<>환매 언제까지 이어질까=투신권의 매도공세가 누그러지지 않는 것은 신규자금 유입이 정체된 가운데 환매신청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6~7월에 유입된 18조원규모의 주식형펀드는 6개월이 경과,환매수수료 없이 인출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만기가 도래한 셈이다.

그러나 이들 펀드는 대부분 지수 900이상에서 설정됐기 때문에 현재 원금손실 상태다.

투신사 영업부 관계자들은 "원금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다가 지친 고객들이 서서히 환매신청을 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주가가 올라 펀드수익률이 오르는 조짐을 보이면 펀드환매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그만큼 "지친"고객들이 많다는 얘기다.

작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4개월 반동안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0조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말 56조원인 주식형수익증권 잔고는 이날 현재 61조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15조원어치가 팔린 하이일드.CBO(후순위채)펀드의 판매액이 15조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순수 주식형펀드는 10조원이 감소했다.

작년 한햇동안 주식형으로 유입된 50조원 가운데 이제 겨우 30%정도가 환매된 셈이다.

<>무게중심을 잃은 투신사=대우사태 이후 투신권이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올초 거래소시장이 조정국면을 접어들자 수익률 경쟁을 위해 코스닥시장으로 달려들었다.

자금수혈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코스닥주식을 편입하기 위해선 보유중인 거래소 대형주를 처분할수 밖에 없었다.

이에따라 대형주는 더욱 하락하고 코스닥에서도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지 못했다.

펀드수익률은 더 떨어지고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점점 더 잃게된 것이다.

최근 펀드환매도 이같은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장진모 기자 ja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