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코리아 2000] 제4부 : (2) '꿈의 에너지에 도전-J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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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차를 타고 남쪽 애빙턴으로 20분쯤 달리면 황량한 들판에 펼쳐진 한 과학단지를 맞닥뜨리게 된다.
낡고 멋없는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곳은 동네 이름을 따 "컬햄(Culham) 사이언스파크"라 불린다.
컬햄은 오로지 한가지 사명을 위해 설립됐다.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에너지의 개발이 바로 그것이다.
단지 내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핵융합 발전연구소 "조인트 유러피언 토러스(Joint European Torus,JET)"가 우뚝 버티고 있다.
JET는 유럽연합(EU)에서 자금을 받고 영국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유럽 공동과제의 명칭을 그대로 딴 것이다.
또 미래형 핵융합발전소를 돌리기 위해 필수적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혼합연료를 사용해 실험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핵융합 토카막 실험로의 이름이기도 하다.
"컬햄단지는 전체가 JET를 중심으로 미래 에너지를 위해 차분한 채비를 하고 있는 요새와도 같습니다"
단지 안에 함께 들어서 있는 UKAEA(영국 원자력공사)의 대외협력담당 크리스토퍼 카펜터 이사는 이같이 묘사했다.
자체 핵융합 프로그램도 진행중인 UKAEA는 JET 시설을 관리.운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단지 한 편에는 UKAEA에서 갈라져 나온 AEA 등 에너지관련업체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JET에 포진한 연구진은 약 3백50명.
이들이 미래 에너지 개발에 평생을 바치려는 이유는 사명감에 가깝다.
"오는 2050년께면 지구상에는 기존 화석연료가 고갈됩니다. 현재 60억명으로 추정되는 세계인구도 이쯤이면 1백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류에게 대체 에너지원이 간절히 요구되는 것이죠"
제롬 파멜라 JET 소장은 왜 EU 15개국이 똘똘 뭉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물론 미래 에너지 대안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EU가 핵융합에 주사위를 던진 이유는 그만큼 장점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선 핵융합에너지는 수백만년은 끄떡없이 쓸 수 있는 무한에 가까운 사용량을 가졌다.
바닷물처럼 풍부하고 흔한 원료를 가공해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핵분열을 기본원리로 한 원자력 에너지와 달리 방사능 오염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환경친화적이다.
핵융합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능 양은 핵분열시 발생되는 양의 0.04%에 불과하다.
이렇듯 훌륭한 에너지원을 상용화하는게 왜 힘들까.
파멜라 소장은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별(태양)의 환경을 지구상에서 재현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태양이 발생하는 빛과 열은 플라즈마 상태(기체를 가열한 제4의 물질상태)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의 결과다.
따라서 지구상에서도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최소한 대기압의 2배 이상 수준으로 플라즈마를 수억도의 온도로 5초이상 유지해야만 한다.
즉 높은 자장(magnetic field)으로 플라즈마를 지속적으로 밀폐시켜야 하는데 이는 초전도자석, 초고온 벽면소재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영국을 비롯한 EU국들은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한세기를 바칠 각오를 했다.
유럽 원자력기구(EURATOM)가 핵융합 개발을 결정한 것은 지난 1958년.
JET의 건설에 착수한 것은 1978년이다.
개념적인 토대를 닦는데만 20년이 걸린 셈이다.
지난 1983년부터 본격적 실험을 해온 JET는 현재 선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핵융합장치중 가장 앞서 있다.
1997년에 1초동안 17MW의 열출력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한개 핵발전소에서 1백만명이 사는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해내는 산업및 생활 에너지양은 1기가와트 수준.
JET는 앞으로 5~6년 안에 40~50MW의 열출력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주요 핵융합 실험장치로는 일본의 "JT-60U 토카막, 독일의 "ASDEX-U, 미국의 "D-III-D" 등이 있다.
한국의 핵융합 프로그램인 KSTAR는 2007년께 본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성공적으로 운영될 경우 JET의 바톤을 이어받아 2015년께 완공될 국제적 핵융합 프로그램 "ITER"의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게 된다.
ITER는 EU 회원국들은 물론이고 일본, 러시아 등이 참여하고 있는 컨소시엄 형태의 50억달러 규모 메머드급 프로젝트다.
2015년 완료 예정으로 5백메가와트의 열출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ITER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상업용 초전도 핵융합발전소의 프로토타입인 "DEMO"가 최종적으로 남아 있다.
2050년께 본격적인 가동을 할 예정이다.
꿈의 에너지를 향한 길고 웅대한 여정.
그야말로 에너지 "백년대계"라 부를 만하다.
컬햄(영국)=고성연 기자 amazingk@ked.co.kr
낡고 멋없는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곳은 동네 이름을 따 "컬햄(Culham) 사이언스파크"라 불린다.
컬햄은 오로지 한가지 사명을 위해 설립됐다.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에너지의 개발이 바로 그것이다.
단지 내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핵융합 발전연구소 "조인트 유러피언 토러스(Joint European Torus,JET)"가 우뚝 버티고 있다.
JET는 유럽연합(EU)에서 자금을 받고 영국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유럽 공동과제의 명칭을 그대로 딴 것이다.
또 미래형 핵융합발전소를 돌리기 위해 필수적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혼합연료를 사용해 실험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핵융합 토카막 실험로의 이름이기도 하다.
"컬햄단지는 전체가 JET를 중심으로 미래 에너지를 위해 차분한 채비를 하고 있는 요새와도 같습니다"
단지 안에 함께 들어서 있는 UKAEA(영국 원자력공사)의 대외협력담당 크리스토퍼 카펜터 이사는 이같이 묘사했다.
자체 핵융합 프로그램도 진행중인 UKAEA는 JET 시설을 관리.운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단지 한 편에는 UKAEA에서 갈라져 나온 AEA 등 에너지관련업체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JET에 포진한 연구진은 약 3백50명.
이들이 미래 에너지 개발에 평생을 바치려는 이유는 사명감에 가깝다.
"오는 2050년께면 지구상에는 기존 화석연료가 고갈됩니다. 현재 60억명으로 추정되는 세계인구도 이쯤이면 1백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류에게 대체 에너지원이 간절히 요구되는 것이죠"
제롬 파멜라 JET 소장은 왜 EU 15개국이 똘똘 뭉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물론 미래 에너지 대안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EU가 핵융합에 주사위를 던진 이유는 그만큼 장점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선 핵융합에너지는 수백만년은 끄떡없이 쓸 수 있는 무한에 가까운 사용량을 가졌다.
바닷물처럼 풍부하고 흔한 원료를 가공해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핵분열을 기본원리로 한 원자력 에너지와 달리 방사능 오염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환경친화적이다.
핵융합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능 양은 핵분열시 발생되는 양의 0.04%에 불과하다.
이렇듯 훌륭한 에너지원을 상용화하는게 왜 힘들까.
파멜라 소장은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별(태양)의 환경을 지구상에서 재현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태양이 발생하는 빛과 열은 플라즈마 상태(기체를 가열한 제4의 물질상태)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의 결과다.
따라서 지구상에서도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최소한 대기압의 2배 이상 수준으로 플라즈마를 수억도의 온도로 5초이상 유지해야만 한다.
즉 높은 자장(magnetic field)으로 플라즈마를 지속적으로 밀폐시켜야 하는데 이는 초전도자석, 초고온 벽면소재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영국을 비롯한 EU국들은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한세기를 바칠 각오를 했다.
유럽 원자력기구(EURATOM)가 핵융합 개발을 결정한 것은 지난 1958년.
JET의 건설에 착수한 것은 1978년이다.
개념적인 토대를 닦는데만 20년이 걸린 셈이다.
지난 1983년부터 본격적 실험을 해온 JET는 현재 선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핵융합장치중 가장 앞서 있다.
1997년에 1초동안 17MW의 열출력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한개 핵발전소에서 1백만명이 사는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해내는 산업및 생활 에너지양은 1기가와트 수준.
JET는 앞으로 5~6년 안에 40~50MW의 열출력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주요 핵융합 실험장치로는 일본의 "JT-60U 토카막, 독일의 "ASDEX-U, 미국의 "D-III-D" 등이 있다.
한국의 핵융합 프로그램인 KSTAR는 2007년께 본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성공적으로 운영될 경우 JET의 바톤을 이어받아 2015년께 완공될 국제적 핵융합 프로그램 "ITER"의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게 된다.
ITER는 EU 회원국들은 물론이고 일본, 러시아 등이 참여하고 있는 컨소시엄 형태의 50억달러 규모 메머드급 프로젝트다.
2015년 완료 예정으로 5백메가와트의 열출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ITER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상업용 초전도 핵융합발전소의 프로토타입인 "DEMO"가 최종적으로 남아 있다.
2050년께 본격적인 가동을 할 예정이다.
꿈의 에너지를 향한 길고 웅대한 여정.
그야말로 에너지 "백년대계"라 부를 만하다.
컬햄(영국)=고성연 기자 amazing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