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미숙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인터넷을 통한 민원서비스에 열을 올리면서 소중한 개인 신상정보가 유출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적상황과 재산상태 납세여부 가족상황 등에 대한 자료가 무더기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원천적으로 잘못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관리자들의 운영미숙이나 사소한 실수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막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어 관련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개 때 사전점검을 의무화하는 등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구멍 뚫린 개인정보=김모(33)씨는 최근 "세금을 잘못 냈을 경우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구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과오납 환부금 대상자 조회" 코너에 이름을 입력하자 주소와 이름,잘못낸 세금 정보 등이 나왔다.

문제는 누구나 들어와 아무 이름이나 입력해도 주민등록번호와 주소가 뜬다는 점.

심지어는 이름을 쓰지 않고 "김" "박" 등의 성만 입력해도 수십명의 신상 자료가 좌르르 쏟아져 나오게 돼 있다.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내 신상정보를 아무나 알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프로그램을 만든 데 몹시 화가 났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겨울방학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모집하면서 접수자들의 신원을 공개했다가 삭제하는 소동을 빚었다.

신청 대학생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전화번호 등을 모두 적어놓았는데 접수여부와 추첨일 등을 알아보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한 학생들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뒤늦게 삭제했다.

최근 서울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한 모 후보 진영의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확보한 자료로 유권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다한 정보공개=지자체들은 "서비스 확대"라는 명목으로 자치단체 운영에 관한 정보를 다양하게 공개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대부분 "온라인 민원처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건축 위생 복지 환경 등과 관련된 인허가 처리과정을 인터넷으로 알려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공기업들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수시로 유출되고 있다.

건축허가의 경우 유사한 접수번호를 입력하면 허가신청자의 신원을 쉽게 알 수 있다.

다른 인허가 사항이나 지방세 납부 정보 역시 무작위로 이름을 입력하면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대책=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 개인들의 신상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곳에서는 정보유출 가능성이 있는 문서에 대한 보안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개대상 자료 선별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며 공개대상이 아닌 자료는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안 시스템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정보보안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홈페이지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해킹 등 컴퓨터 범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며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데이터는 따로 관리해 웹서버에 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양준영 기자 tetrius@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