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2"는 2029년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기계의 전쟁을 그린 공상영화다.

이 영화에는 선과 악을 대변하는 2명의 인조인간이 등장한다.

악의 편인 인조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죽지 않는 악몽같은 존재지만 선의 편인 터미네이터는 도덕적 품격까지 갖추고 있다.

그는 재앙의 근원인 컴퓨터 칩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21세기는 어둡지만은 않다.

언젠가 정말 인간은 자신보다 더 지능이 좋은 기계들에 의해 하등인간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일까.

지능을 가진 기계들의 첫 세대가 출현하게 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인가.

이런 세상이 온다면 인간은 자기의 힘을 박탈당한 채 생각하는 로봇들의 장난감으로 살게 될 지도 모른다.

컴퓨터나 유전자공학등 첨단과학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포스트휴먼의 도래가 예견되고 있는 오늘날 이런 의문들은 오히려 시대에 한참 뒤지는 19세기 기술비관론자들의 우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런 걱정들은 기우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선 마이크로 시스템스 공동창업자로 "인터넷의 에디슨"이라고 불리는 빌 조이가 최근 한 잡지에 발표한 인터넷 기술을 비롯한 첨단기술들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술비관론은 충격적이다.

컴퓨터가 현재보다 수백만배 강해지는 2030년께는 로봇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고 스스로를 복제할 능력까지 갖게 되지만 그로인해 기계적 생물학적 전염병이 만연해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조이의 예견에 섬뜩해진다.

"기술 자체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가치중립적인 것이어서 인간의 동기에 따라 어느쪽으로든 가려 쓸 수 있다"는 기술낙관론자들의 주장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과학자들의 자기조정기능조차 믿을 수 없다는 말일까.

어쨌든 도덕적 의무감 없는 과학기술은 인간성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조이의 결론에는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인류가 기술의 윤리성 안전성에 대한 점검을 근본적으로 다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빌 조이의 예견이 그 계기가 될법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