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의 대가인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장이 "제3의 사상"(청년사,8천원)이라는 귀중한 책을 펴냈다.

우선 남들이 잘 모르는 저자의 일화를 소개해야겠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 전 김탄허 큰스님 거처를 드나들 때의 일이다.

하루는 큰스님이 아주 젊고 앳되어 보이는 젊은이를 소개해 주시면서 "이분은 나이는 젊지만 이미 한학의 천재적 대가이며 앞으로 내 뒤를 이어 한학으로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할 분"이라고 말씀하셨다.

김탄허 스님이 누구신가.

모두들 아시겠지만 유불선 3교에 통달한 한국의 국보급 석학이며 동양학계의 최고봉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어른이다.

그분이 이렇게 극찬하며 자신의 후계인물로 지목한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심백강씨는 그동안 여러 권의 저술을 냈지만 이번에 내놓은 "제3의 사상"이 그의 야심작인 것 같다.

그는 오늘날 지구촌의 시대에 전세계를 강타하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사상과 동구및 중국의 사회주의 사상,그리고 앤서니 기든스나 영국의 블레어 수상 등이 내놓은 "제3의 길"을 폭넓게 검증하고 비판했다.

그리고는 대안으로서 제3의 사상을 내놓았다.

제3의 사상에 대한 세부 내용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세계는 내 가슴에"란 말이 있듯이 현대세계를 지배하는 서구사상이 별것 아니라고 논평하면서 그가 생각하는 21세기의 주도사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제1장에서는 한국 중국 서구의 역사와 사상을 개관하고 제2장에서는 20세기 사상인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의 장단점을 깊이있게 분석했다.

제3장에서는 현재의 사상대립을 다루고,제4장에서는 새천년을 관통할 제3사상,제5장에서는 제3사상의 대략적인 이론구조를 제시했다.

그 사상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무리지만 동양고전사상과 현대사회문명의 절충및 조화라는 큰 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읽으면 알 수 있도록 평이하면서도 또렷한 문체로 쓰여졌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한국의 많은 지성인들,특히 젊은 세대가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방송에서도 이런 주제의 연속강의를 구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 한승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