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재정경제부의 한 사무관이 과천청사를 떠났다.

새 직장은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

미국유학으로 석사 학위도 받은 학구파 공무원이었다.

앞서 지난달에도 다른 사무관이 스스로 옷을 벗었다.

그도 기업을 향해 달려나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재경부에서만 7명이 과천을 떠났다.

한때 엘리트중 엘리트가 몰렸다는 곳으로,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른 곳으로 재정경제원을 아직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재경부뿐인가.

산업자원부 금융감독위 정보통신부 등 "잘나가는" 부처를 두루 합치면 관료조직에서 이탈한 공직의 "젊은피"들은 상당히 많다.

지난해 상반기에 나간 서기관,과장급중에는 삼성 등 대기업으로 뛰어들어간 경우가 많은 반면 최근에는 벤처행이 많다는 점이 세태를 반영한다.

지난해 이후 공직에서 나간 젊은 공무원들에게는 몇가지 공통점이 엿보인다.

주로 기업으로 갔다는 점,행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뒤 미국 등지로 국비 유학을 가 학위를 따온 인재들이라는 점,상급자들의 상당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기 길로 갔다는 점 등이다.

더 중요한 공통점도 있다.

뉴밀레니엄 시대에 맞도록 기존 정책을 점검하고 신선한 머리로 새로운 제도를 입안하면서 한창 정력적으로 일할 시기라는 점이다.

구조개혁이 진행되면서 지난해 이후 공무원들의 근무환경은 많이 변했다.

개방직.계약직이 도입돼 신분보장은 흔들렸고 공무원과 민간을 철저히 구별시켰던 내화벽도 사라져가는 추세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유능한 젊은 공무원들이 민간업체로 나가는 현상 자체에 시비걸기는 어렵다.

설사 나랏돈으로 유학을 다녀오는 혜택을 누렸다해도 자기 진로를 결정할 권리는 있다.

또 기업으로 가서 핵심보직을 맡았다 해서 곧바로 로비스트로 돌변할 것이라고 우려할 일만도 아니다.

그러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리보전에 힘쓰는 고참 실장 국장들과 비교해보면 문제는 있어 보인다.

그나마 옷을 벗으려는 실장 국장들도 전통적인 낙하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대조적이기도 하다.

"사무관 서기관들이 떠나가는 것은 열정도,박력도 없는 선배들 영향도 크다" 공직사회 내부의 이런 평가에 상급 공무원들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젊고 유능한 공무원들이 단지 비전이 없어 떠난다면 손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허원순 경제부 기자 huhws@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