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일본 도쿄의 한 호텔.

한국인 서지학자 이종학씨와 일본 조총련계 대학인 조선대 금병도 교수가 만났다.

이씨는 1천여장의 고문서 사본을 금 교수에게 건네줬다.

그것은 1910년 체결된 한일합병이 일제의 강압과 협박에 의한 "강점"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극비문서였다.

이씨는 북한이 일본과의 수교협상을 앞두고 과거사를 올바르게 청산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문서를 금 교수에게 전달했다.

오는 19일 오후 8시 KBS 1TV "일요스페셜"에서는 이런 내용의 "일왕실 비문서는 왜 북으로 갔나"가 방송된다.

지난 90년간 일본왕실 내각문고에 보관됐다가 1980년대 초 일본 국립공문서관으로 옮겨지면서 일반에 알려진 한국강점 관련 극비문서의 전문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 비문서는 통감 데라우치가 내각총리 가쓰라에게 보낸 보고서,통감부와 내각 사이에 오갔던 전문,일본 추밀원의 회의기록 등이다.

데라우치가 가쓰라에게 보낸 보고서 첫 구절에는 "본관은 성지를 받들어 지난(1909년)7월23일 한국에 착임한 이래 이미 확정된 방침에 따라 시기를 노려 병합의 실행에 착수코자 준비를 서두른다"고 적혀있다.

한일합병 조약문서를 근거로 줄곧 "한일합병은 조선의 자발적 양여에 의한 것이었다"고 강변해온 일본측 주장을 뒤짚는 내용이었다.

이종학씨는 92년부터 97년까지 스파이작전을 방불케하는 과정을 통해 문서를 입수,4년간에 걸쳐 번역을 마쳤다.

이씨는 이 문서를 3월중 "1910년 한국강점 자료집"(사운연구소)으로 펴내고 전세계 1백여국에도 기증할 계획이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