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족한 자원의 효율적 이용...고용/수출 ''일석다조'' 효과 ]

이정현 <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 >

20세기를 돌아보면 대체로 한 나라의 노벨상 수상자 수와 평균 경제성장률은 비례한다고 한다.

여기에 예외적인 두 나라가 있는데 그게 바로 스위스와 한국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스위스와 한국은 상반된 입장에서 예외다.

스위스는 선진국 가운데 경제 성장률이 가장 낮은 나라 축에 든다.

그런데도 국민 1인당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다.

한국은 반대로 20세기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지만 아직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몇 안되는 국가다.

스위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원이 없다.

땅덩어리는 더 작다.

이러한 여건에서 유독 스위스들이 다수의 노벨상을 수상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스위스인들이 자랑하는 알프스 산 곳곳에는 외관상으로 별로 아름답지 못한 댐들이 있다.

이 댐들은 20세기 초반에 지은 수력발전소들이다.

현재 기준으로 본다면 매우 비효율적인 댐들이라 아마도 철거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이 많은 댐들을 철거하려면 비용은 물론이고 환경파괴 문제가 대두된다.

결국 스위스인들이 생각해 낸 해결책은 낮에 발전해 얻은 전력은 전량 독일과 프랑스로 수출하는 것.

낮 시간 때라 가장 비싼 요금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력 발전을 위해선 다시 댐을 물로 채워야 하는 장애요소가 뒤따른다.

그러자 이들은 야밤에 프랑스와 독일에서 가장 저렴하게 수입한 전력으로 펌프를 가동해 다시 채우는 묘안을 짜낸다.

이러면 댐은 가동되면서 흉물로 남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고용창출과 수출로 인한 경비까지 발생하는 "일석다조"의 효과를 낸다.

한국이 스위스에서 배울 점들이 이런게 아닌가 싶다.

가진 것을 최대한 알뜰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지혜로움" 말이다.

스위스인들은 나름대로 한국인들의 기민성과 응용성을 높게 평가한다.

한 저명한 스위스 과학자는 "스위스는 많은 노벨상을 받았지만 그것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사례는 적다"면서 한국과의 협력을 주장한 바 있다.

한국과 스위스는 분명 서로 닮아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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