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금융회사도 핵심사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최근 합병을 선언한 도이체은행과 드레스드너은행의 대주주인 독일 알리안츠그룹의 슐테 노엘레 회장(CEO,58)은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회사가 금융업의 모든 영역을 커버하는 유니버설뱅킹은 더 이상 금융회사들의 지향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겸업화를 지향하는 한국의 은행들로선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다.

슐테회장은 알리안츠가 도이체은행(지분율 5%)과 드레스드너은행(21.5%)의 대주주로서 합병과정에 깊숙히 간여,각 금융회사의 역할을 설정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합병은행인 도이체은행은 투자은행 업무에 주력할 겁니다.
소매금융에선 빠져나옵니다. 현재의 체제로는 수익성을 올리기 힘들어졌기 때문이죠"

도이체은행의 소매영업 부문과 자산운용 부문은 알리안츠로 넘어간다.

알리안츠는 도이체은행과 드레스드너 은행의 소매금융 부문을 합쳐 새로 탄생하는 "뱅크 24"의 대주주가 된다.

이를두고 독일의 경제전문지 "비르츠샤프츠 보케"는 "이번 합병의 핵심은 알리안츠가 은행업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슐테 회장은 방카슈랑스 차원에서 설명했다.

"뱅크 24의 독일내 시장점유율은 10%정도가 될 것입니다. 고객은
1천만명으로 예상합니다. 1천만명의 고객은 보험을 판매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이죠"

알리안츠가 도이체은행의 자산운용회사 DWS를 인수하는 것도 보험이라는 코어비즈니스(핵심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슐테회장은 밝혔다.

알리안츠는 이미 미국의 대형자산회사 PIMCO도 인수했다.

DWS와 PIMCO를 합치면 알리안츠는 순식간에 세계 5위의 자산운용회사가 된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최적의 상품을 최적의 판매채널을 통해 선보일 수 있게 됐습니다. 자산운용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한국에서 설립될 자산운용회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고 슐테회장은 자부했다.

인터뷰에 배석했던 깡베아뉘 알리안츠 제일생명 사장은 "한군데서 모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원스톱쇼핑을 가능하게 하는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하나의 판매채널을 통해 보험 은행상품 뮤추얼펀드등을 모두 선보이겠다는 야심이다.

슐테회장은 이번 합병에서 나타나듯 각 금융회사들이 핵심역량을 나눠 집중하는 것은 서로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유하는데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알리안츠 도이체은행 드레스드너은행은 그동안 시장독과점 및 경영투명성의 관점에서 표적이 돼왔던 상호출자도 이번 합병을 계기로 해소하기로 했다.

한국에 대한 추가 투자계획과 관련,슐테회장은 "관련 규정이 완화되는 대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은행과 공동으로 설립할 자산운용회사의 초기 자본금은 4백억원이며 오이겐 뢰플러 씨를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덧붙였다.

슐테회장은 펜실베니아,에딘버러,쾰른,본,튀빙겐 대학등에서 수학한 뒤 1975년에 알리안츠 그룹에 입사했다.

16년만인 91년에 알리안츠의 CEO가 됐다.

독일 에센 출생.1890년에 설립된 알리안츠는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보험사다.

뮌헨(독일)=이성태 기자 steel@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