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 주식에 대한 거품 경고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미국 증시자금이 제조 금융 등 전통적인 "구경제" 종목으로 복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 미국 증시에서 첨단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백24.01포인트(2.6%)가 떨어져 4,582.62를 기록했다.

이로써 나스닥지수는 3일새 9.23%나 급락했다.

반면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백20.17포인트(3.3%) 오른 10,131.41을 기록, 거래일을 기준으로 나흘만에 10,000포인트를 회복했다.

이날 다우지수 상승폭은 사상 네번째로 큰 것으로 98년 10월이후 17개월만의 최대치로 기록됐다.

미국 증시에서 다우지수가 3%이상 상승하고 나스닥지수는 2%이상 떨어지는 정도로 두 지수간 급등락이 엇갈린 것은 87년10월20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듀폰 코카콜라 벅셔헤서웨이 JP모건 시티그룹등 제조 유통 금융부문의 구경제 우량주들이 두드러지게 상승했다.

반면 시벨시스템스 JDS유니파스 등 반도체 정보통신 인터넷 관련 첨단주들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처럼 미국 증시에서 그동안의 흐름과는 정반대되는 "역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신경제 거품론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최근 저명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MIT대 교수는 첨단기술주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면서 버블붕괴 가능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폴 볼커 전 연준리(FRB) 의장도 최근의 첨단주 투자열풍을 "카지노 투기"에 비유하며 거품을 경고했다.

미국 최대증권사인 메릴린치의 설문조사 결과도 신경제 버블붕괴 우려를 높였다.

세계증시를 움직이는 기관투자가들의 75%가 텔레콤-미디어-테크놀로지 등 이른바 TMT 종목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 첨단기술주에 대한 투자를 줄여 나갈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일부 펀드들은 신경제 주식을 처분하고 구경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표적 펀드인 제이너스 펀드는 최근 맥도널드 뉴욕은행 등 대표적인 구경제 종목을 대거 편입했다.

런던증시에서도 4백억파운드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영국 자사운용회사 L&G가 첨단기술주를 처분하고 구경제주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신경제에 투자했던 증시자금이 구경제로 환류되기 시작한 것인가.

월가 전문가들은 그동안 구경제주들이 지나치게 떨어져 극도로 저평가된 상태여서 이를 저점매수하기 위한 움직임도 신경제주 급락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듀폰 코카콜라등의 주가는 올들어서만 20% 가량이나 하락한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경제에서 구경제로의 자금환류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프랭클린 뮤추얼 어드바이저스의 수석투자분석가인 롭 프리드만은 "투자자들이 극도로 저평가된 구경제 종목을 찾고 있지만 첨단기술주에 대한 투자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등이 잇따라 기술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신경제의 재부상 가능성을 남겨 놓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미 경제가 여전히 활황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FRB가 연쇄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구경제의 재기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에서도 하이테크 주식에 밀려 그동안 맥을 못췄던 전통 제조업 관련주들이 시장주도주로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02년까지 제조업의 순이익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제조업 재부상논리를 주장했다.

박영태 기자 py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