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정치 1번지"인 베이징(북경) 인민대회당 2층 로비.

지난 15일 이곳에 주룽지(주용기) 총리 기자회견장이 마련됐다.

3백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회견장을 가득 메웠다.

주 총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거침없는 말로 회견을 시작했다.

회견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것은 대만문제였다.

주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곧 열릴 대만 총통선거에서의 당선자가 독립을 추진한다면 무력 응징도 불사할 것"이라며 책상을 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버지가 자식을 타이르듯 "중화민족 대만인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는 "당선 후 독립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민진당 천수이볜(진수편) 후보의 당선은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겼다.

주 총리의 화려한 화법은 미국을 겨냥했다.

그는 지난 12일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대만해협 사이의 위협을 대화로 바꿔야 한다"고 한 말을 끌어들였다.

그는 영어로 "태평양사이의 위협을 대화로 바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더 이상 대만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뜻이다.

미국 CNN기자가 "대만에 무력을 쓰겠다는 것은 한 남자가 이혼한 전 부인에게 "돌아오지 않으면 두들겨 패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따지듯 말했다.

주 총리는 "좋은 비유"라며 추켜세운 후 "그러나 이혼은 국내법에 따라 결정된 것이고,대만문제는 국제법에 따라 해결할 문제"라고 했다.

완전히 별개인 것을 가지고 비유를 들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CNN기자의 참패였다.

중국 부정부패 척결로 화제가 옮아갔다.

한 기자가 공산당의 장기집권에 부정부패의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주 총리는 "그렇다면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부정부패가 없느냐"고 되받아 쳤다.

부정부패 문제에 대해 답하던 주 총리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엄숙한 어조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중국인들에게 "깨끗한 총리,일하는 총리"로 기억되는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이 말은 공무원과 고위관리들을 겨냥한 듯 했다.

주룽지 총리는 "저우언라이(주은래)총리 이후 가장 뛰어난 재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청렴성과 대담성이 그 비결이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오면서 동료기자가 "그의 나이가 몇이냐"고
물었다.

그는 올해 72세다.

베이징=한우덕 기자 woody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