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국민은행 신임행장의 취임 첫날은 앞으로 그가 걸어야 할 길이 얼마나 험난한 가시밭길인지를 잘 보여줬다.

이날 그는 노조의 저지에 부닥쳐 출근을 포기해야 했다.

할 수 없이 외부에 머물면서 은행 비서실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아야 했다.

김 행장은 기자와 전화통화를 통해 "임원들이 노조와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황을 봐가면서 출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근을 시도하고 노조와 부딪혀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개혁"임무를 띤 신임행장치고는 기대 이하의 소극적인 대처였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주택은행도 김정태 행장이 취임할 때 노조가 반발하는 바람에 첫날 출근하지 못했었다"며 "시간이 좀 지나면 노조와 합의하고 정상화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외부인사가 취임하는 과정에서의 통과의례라는 것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집행부를 중심으로 김 행장 퇴진등 강경투쟁을 선언하고 있지만 은행직원들의 상당수는 문제가 확산되지 않고 은행경영이 서둘러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어차피 결과가 뒤바뀔 수 없다면 빨리 사태가 수습돼 영업에 전념할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를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노조에서도 막지 못한거 아닙니까. 상황이 달라질수 없다면 대치상황이 오래될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은행뿐입니다. 노조에서도 명분보다 실리를 찾고 문제를 풀어나갔으면 합니다"

은행의 한 직원은 일반직원들의 정서라며 이렇게 전했다.

인선과정에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단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은행장에 선임됐다면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것은 김 행장의 몫이다.

노조와의 관계를 풀어나가고 4개월이상 지속된 최고경영자(CEO)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것이 김 행장의 첫번째 과제이자 능력을 평가받을수 있는 시험대다.

노조의 반발은 이미 예견됐었다.

이를 무릅쓰고 은행장이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

감독당국에서 말하듯 "통과의례"려니 생각해선 곤란하다.

조직을 끌어안고 나가는 힘도 경영자의 중요한 능력중 하나다.

그다음엔 직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과 "날치기 주총"속에 선임됐다는 오명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박성완 경제부 기자 psw@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