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시장의 무게중심이 64메가 D램에서 1백28메가 D램으로 바뀌는 것은 대용량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는데 따른 것이다.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전병서 대우증권 부장은 "윈도 운영체계가 98에서 2000으로 넘어가고 초고속 CPU(중앙처리연산장치) 채택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경우 반도체시장이 1백28메가D램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BM 컴팩 델컴퓨터 등 세계적인 PC업체들은 윈도 2000을 탑재한 PC 생산을 강화할 움직임이어서 1백28메가 D램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 비트크로스 발생 =가격 측면을 고려해도 1백28메가 D램으로의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

현재 64메가 D램의 현물 가격은 5달러대이고 1백28메가 D램은 11달러 수준이다.

비트당 단가가 거의 근접하고 있는 추세다.

PC메이커 입장에서 보면 굳이 64메가D램을 쓰지 않아도 값싸고 성능이 훨씬 우수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빠르면 4월께 1백28메가D램의 비트당 단가가 64메가 D램보다 낮아지는 비트크로스(Bit Cross)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는 이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기조적인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트크로스 현상이 발생하면 64메가 D램 가격은 더욱 하락하면서 시장에서 퇴조할 수밖에 없다.

올해 전세계 D램 시장은 지난해보다 25% 성장한 2백75억달러규모로 이중 64메가 D램시장은 1백10억달러, 1백28메가 D램은 1백7억달러규모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1백28메가 D램이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업계 전략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국내외 반도체메이커들이 최근들어 1백28메가D램 생산을 늘리는 것도 이런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최근까지 64메가D램의 적정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속도조절을 해온 삼성전자는 최근 1백28메가D램 생산규모를 크게 늘렸다.

삼성측은 연말까지 월간 생산량을 2천만개 정도로 확대, 관련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들어 외국 바이어들이 1백28메가D램 주문을 늘리고 있는 만큼 시장 수요에 맞춰 제품 및 생산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전자도 연말께부터 1백28메가D램 제품이 주력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관련 제품에 대한 생산 및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64메가D램 시장에서 한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도시바 등 일본 메이커들도 1백28메가D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생산량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도체 메이커들은 세대교체에 발맞춰 차세대 고속 램버스 D램 생산을 강화, 메이저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경제파급효과 =반도체 제품의 세대교체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생산제품의 90% 이상을 수출하는 만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거의 없다.

반면 1백28메가D램은 64메가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아 외화가득 효과가 다른 제품에 비해 높은 편이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신후식 수석연구위원은 반도체 세대교체가 가속화돼 반도체산업이 호황을 탈 경우 올 경제성장률이 9%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익원 기자 ikle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