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자기 김동수(64) 회장은 요즘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작년말 세계적인 도자기 식기 업체가 "우리 회사를 인수해 달라"고 제의했기 때문.

영국에 있는 이 회사는 2천만달러(약 2백40억원) 정도면 살 수 있다.

한국도자기 입장에서 부담되는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회사에 수천만달러의 부채가 있다는 점.

세계적 브랜드를 갖게 된다는 매력이 있긴 하지만 적잖은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는게 김 회장을 망설이게 만든다.

김 회장은 지금도 빚을 물려받으면서까지 외국 회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을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김 회장은 빚이라면 진절머리를 내는 경영인이다.

선친(고 김종호 회장)이 1943년 창업한 한국도자기의 경영에 참여하면서 빚쟁이들에게 시달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1974년 한국도자기 사장을 맡으면서 부채를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한국도자기를 "실질 부채비율 0%"로 만들어 놓았다.

1980년대 기업들이 은행 돈을 못 꿔서 안달일 땐 이상한 경영자로 손가락질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김 회장을 "융통성 없는 보수적 경영인"으로 봐선 오산이다.

1970년대 동양에서 처음으로 본차이나를 개발한 것이나 1990년대 도자기 식기를 선물상품으로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 등은 모두 김 회장의 손과 머리에서 나왔다.

세계 시장을 향해 과감한 글로벌 전략을 짠 것도 그다.

한국도자기를 세계 대도자기 식기업체의 반열에 올려 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값진 기업, 그런 기업을 소리없이 키우는 경영자"

이것이 김 회장이 지향하는 기업과 경영자다.

"경영을 하면서 회사를 대기업으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다만 한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게 꿈이었다"

김 회장은 지금도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