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이 42년동안 살아왔던 청운동 저택을 실질적인 장남인 정몽구 회장에게 물려주고 22일 가회동 새 집으로 이사했다.

현대는 이날 정 명예회장이 서산농장에서 헬기편으로 귀경,정몽구 회장의 안내를 받으면서 가회동 새 저택에 입주했다고 밝혔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 지난 21일 정몽구 회장,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이진호 현대알루미늄 회장 등과 함께 한 오찬에서 계동 현대본사 사옥과 가까운 가회동 새 집으로 이사하겠다며 청운동 집은 정몽구 회장에게 물려주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정몽구 회장은 `영광스러우나 그럴 수 없다"면서 사양했으나 정 명예회장이 `터가 좋은 집인데 내가 더 있을 곳은 아니다"면서 여러차례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회장은 "청운동 집이 두 채이니 한 쪽만 수리해서 사용하겠다"면서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운동 저택은 대지 6백평 규모로 정 명예회장이 직접 지어 42년동안 살았던 집이다.

이 집은 정 명예회장 일가족이 수시로 모여 아침을 함께 들면서 여러 현안을 논의하고 계동 현대사옥으로 같이 출근했던 만큼 현대그룹에는 헤드쿼터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다.

재계는 정 명예회장으로선 애환이 서려있는 청운동 집을 정몽구회장에게 물려준 것은 사실상의 장남인 정몽구 회장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공식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가회동 새 저택(종로구 가회동 1백77-1)은 대지가 6백평으로 현대 사옥과는 2백여m 떨어져 있다.

이집은 화신백화점 창업주인 박흥식씨가 살았던 곳으로 바로 전
주인은 개인사업가인 박우춘씨였다.

한편 정 명예회장은 23일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을 비롯한 동생들과 정몽구 회장 등 아들, 조카 일가족 40여명과 가회동 새 집에서 집들이를 겸해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정 명예회장은 이 자리에서 향후 후계 구도와 현대증권 인사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표명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문희수 기자 m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