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 개봉하는 "감각의 제국"( the Empire of the Sense )은 제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6년 일본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1976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당시 일본에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재판에 회부될 정도로 외설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에선 상영되지 못하고 시카고영화제 잉글랜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구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한 남녀가 섹스에 탐닉하다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된다는 내용이다.

2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국내에 선보이지만 여전히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혼란스러움과 사랑의 공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섹스신이 영화전체를 압도한다.

오로지 섹스에만 몰입하는 남녀의 섹스장면이 이 영화의 시작이며 끝이다.

사회적 배경이나 스토리 전개는 이 영화에선 큰 의미가 없다.

요정 여종업원인 아베 사다(마쓰다 에이코)와 요정주인인 유부남 기치 조(후지 다쓰야)는 눈이 맞아 함께 도망친다.

한 요정에 틀어박힌 이들은 애욕의 생활에 빠져든다.

사다는 기치를 자신의 영원한 남자로 만들기 위해 목을 졸라 살해하고 성기를 자른다는 줄거리다.

그들은 진실로 서로를 사랑한게 아니라 섹스 자체를 사랑한게 아닐까.

성에 탐닉한 나머지 비참한 최후를 맞는 인간의 모습을 메스꺼움이 느껴질 정도로 리얼하게 그렸다.

성을 소재로 한 영화제작이 금지됐던 당시 상황에서 남녀의 애정행각을 이처럼 솔직하게 표현한 오시마 감독과 남녀 주연배우의 용기가 감탄스러울 뿐이다.

이성구 기자 skle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