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으로 빛나는 호수,그 곁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던 말이 호수에 잠겨 목욕을 즐긴다.

마차가 샛노란 밀밭 사이의 오솔길을 바람처럼 흩날린다.

자연보다 뛰어난 영화소재가 있을까.

25일 개봉하는 "언더 더 선"( Under the Sun )은 오랜만에 접하는 스웨덴 영화다.

북유럽 특유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영상미가 돋보인다.

브레드 피트 주연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떠올리듯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다.

39세로 농촌에 혼자 사는 올로프(롤프 라스가르드)는 가정부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낸다.

금발에 육감적인 몸매의 미인인 엘렌(헬레나 베르스트롬)이 찾아온다.

올로프는 엘렌을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하지만 여자와 손 한번 잡아본 경험이 없다.

사춘기의 소년처럼 그녀만 보면 얼굴이 빨개진다.

엘렌은 숫총각인 올로프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다.

에릭은 올로프의 유일한 친구로 10년 아래다.

올로프가 엘렌에 빠져들면서 아름다운 엘렌에게 욕정과 질투를 동시에 느낀다.

에릭은 엘렌이 남편이 있는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릭이 엘렌을 협박하자 그녀는 편지 한통을 남기고 올로프 곁을 떠난다.

하지만 올로프는 까막눈이다.

올로프에게 갚을 돈이 많은 에릭은 편지내용을 알려달라는 올로프의 요청을 받고 엘렌이 자신이 준 돈을 받아 떠났다고 거짓말을 한다.

영화는 자연속에 묻혀 사는 올로프가 첫사랑을 경험하면서 "사랑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진솔하게 그렸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하늘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제목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올로프의 지고지순한 첫사랑은 일종의 약방의 감초격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스토리 전개와 3인의 등장인물은 너무 단순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장점일 수도 있다.

말들의 교미장면,엘렌의 새빨간 립스틱과 딸기색의 조화,젖소의 젖짜는 장면,태엽을 감아야 하는 괘종시계 등은 전통적 자연미학을 고집하는 콜린 너틀리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솜씨다.

그는 북유럽 특유의 감성과 정서를 표현하는 데 재능을 갖고 있는 촉망받는 젊은 감독이다.

" You''re everywhere "," It''s so hard to always lose "등 배경음악은 1960~70년대풍의 컨트리스타일이면서도 서정적인 영화이미지와 썩 잘 어울리는 달콤한 곡들이다.

올로프역의 롤프 라스가르드는 연극으로 시작해 1년에 영화 1편에만 출연하는 중년배우다.

순수한 사랑의 힘을 믿는 중년 숫총각의 감정을 잘 소화해 냈다.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물씬 풍기며 올로프를 포근히 감싸는 엘렌역의 헬레나 베르스트롬이 완벽에 가까운 콤비를 이뤘다.

올로프의 상대역으로 화려한 의상을 좋아하는 도시풍의 세련된 엘렌을 택한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바람둥이 에릭역의 요한 비더버그는 제임스 딘을 연상시키는 반항아적 이미지를 던져준다.

"언더 더 선"은 지난해 산세바스찬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있다.

스릴 있고 박진감 넘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지루함을 느낄수도 있다.

이성구 기자 skle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