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7) 제1부 : 1997년 가을 <2> '예술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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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자,2소절을 시작하겠어요.
아주 흥이 나는 분위기로 움직이세요.
첫 소절과는 정반대로 얼굴에 미소를 띄우면서요"
진미숙의 말이 들려오자 빠른 음률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진성구는 객석에 앉아 무대에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이혜정을 위시한 출연진이 빠르고 신나게 몸을 흔들며 움직이기 사작했다.
"초가지붕 몰아내고 헐벗은 산 푸르러지고/5대양 6대주에 메이드 인 코리아 넘쳐흐르니/그대 없이 이런 기적 어떻게 이루어졌으리오.부정부패 떡고물 있었다고는 하나/정부와 기업이 멋지게 물려 돌아가기 위한 것/기름치지 않은 톱니바퀴 삐걱 소리만 날 뿐/너도 나도 수출 역군 되어 나라살림 살찌웠고/한마음 한뜻으로 민족의 힘 발휘했네.초가지붕 몰아내고 헐벗은 산 푸르러지고/5대양 6대주에 메이드 인 코리아 넘쳐흐르니/그대 없이 이런 기적 어떻게 이루어졌으리오"
"10분 휴식.수고했어요"
합창이 끝나면서 진미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극장 안이 환해졌다.
진성구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 객석 통로를 걸어가 진미숙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갔다.
"힘들지?"
진미숙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진성구가 말했다.
"우리 연습하는 걸 보고 있었어요?"
"총소리 나는 것부터 보았어"
"어때요? 제작자 의견도 중요한 거예요"
진미숙이 미소 속에 말했다.
"괜찮아.음악과 안무도 좋지만 가사내용이 마음에 들어.성수는 역시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이 뮤지컬의 대본을 쓴 이성수를 언급하면서 진성구는 진미숙의 표정을 살폈다.
11년 전 이혼하여 비록 현재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지금도 재결합하지 않고 있는 이들 부부 문제가 사실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진미숙이 아무런 반응 없이 조용한 미소만 띄웠다.
이혜정이 그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와 자리를 잡았다.
"혜정이 힘들지 않아?"
진성구가 물었다.
"힘들어 죽겠어요.
마흔이나 된 여자가 젊은 가수 역할을 하려니 힘들 수밖에요"
"박정희가 죽던 날 그 자리에 있었던 가수가 혜정이보다 젊고 노래를 잘할지는 모르지만 혜정이보다 몸매는 훨씬 못해"
진성구가 검은색 타이트 무용복 위에 플레어 스커트를 걸친 이혜정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장난기 섞어 말했다.
이혜정이 듣기 싫다는 투로 손을 저었다.
"박정희가 시해되던 날 그곳에 있었던 여가수를 이 뮤지컬의 내레이터로 설정한 것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그래,성수가 아니면 그런 발상이 나오기 힘들 거야"
진미숙의 말에 진성구가 덧붙여 말했다.
"그럼 열심히 해.지난번 여행 때 가이드한 젊은이가 결혼을 해.그곳에 갔다올께"
진성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2소절을 시작하겠어요.
아주 흥이 나는 분위기로 움직이세요.
첫 소절과는 정반대로 얼굴에 미소를 띄우면서요"
진미숙의 말이 들려오자 빠른 음률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진성구는 객석에 앉아 무대에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이혜정을 위시한 출연진이 빠르고 신나게 몸을 흔들며 움직이기 사작했다.
"초가지붕 몰아내고 헐벗은 산 푸르러지고/5대양 6대주에 메이드 인 코리아 넘쳐흐르니/그대 없이 이런 기적 어떻게 이루어졌으리오.부정부패 떡고물 있었다고는 하나/정부와 기업이 멋지게 물려 돌아가기 위한 것/기름치지 않은 톱니바퀴 삐걱 소리만 날 뿐/너도 나도 수출 역군 되어 나라살림 살찌웠고/한마음 한뜻으로 민족의 힘 발휘했네.초가지붕 몰아내고 헐벗은 산 푸르러지고/5대양 6대주에 메이드 인 코리아 넘쳐흐르니/그대 없이 이런 기적 어떻게 이루어졌으리오"
"10분 휴식.수고했어요"
합창이 끝나면서 진미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극장 안이 환해졌다.
진성구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 객석 통로를 걸어가 진미숙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갔다.
"힘들지?"
진미숙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진성구가 말했다.
"우리 연습하는 걸 보고 있었어요?"
"총소리 나는 것부터 보았어"
"어때요? 제작자 의견도 중요한 거예요"
진미숙이 미소 속에 말했다.
"괜찮아.음악과 안무도 좋지만 가사내용이 마음에 들어.성수는 역시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이 뮤지컬의 대본을 쓴 이성수를 언급하면서 진성구는 진미숙의 표정을 살폈다.
11년 전 이혼하여 비록 현재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지금도 재결합하지 않고 있는 이들 부부 문제가 사실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진미숙이 아무런 반응 없이 조용한 미소만 띄웠다.
이혜정이 그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와 자리를 잡았다.
"혜정이 힘들지 않아?"
진성구가 물었다.
"힘들어 죽겠어요.
마흔이나 된 여자가 젊은 가수 역할을 하려니 힘들 수밖에요"
"박정희가 죽던 날 그 자리에 있었던 가수가 혜정이보다 젊고 노래를 잘할지는 모르지만 혜정이보다 몸매는 훨씬 못해"
진성구가 검은색 타이트 무용복 위에 플레어 스커트를 걸친 이혜정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장난기 섞어 말했다.
이혜정이 듣기 싫다는 투로 손을 저었다.
"박정희가 시해되던 날 그곳에 있었던 여가수를 이 뮤지컬의 내레이터로 설정한 것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그래,성수가 아니면 그런 발상이 나오기 힘들 거야"
진미숙의 말에 진성구가 덧붙여 말했다.
"그럼 열심히 해.지난번 여행 때 가이드한 젊은이가 결혼을 해.그곳에 갔다올께"
진성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