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쟁점'' 국부유출 이렇게 생각한다 ]

이번 총선에서 정책대결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경제현실을 바로 알고 건설적인 대안들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이번 정책대결은 두가지 점에 문제가 있다.

하나는 과거를 들춰내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다른 하나는 경제문제는 득과 실이 있는데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접근해서는 대결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국부유출만 해도 그렇다.

최근처럼 개방화 시대에 있어서 국부유출 논의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특히 각 당이 개방화를 지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부유출을 들고 나오는 야당이나 세금을 들여 홍보에 나서는 정부의 자세도 이해가 안간다.

이번 국부유출 논쟁의 핵심은 헐값논의다.

이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서는 싸게 팔았다는 기준이 전제돼야 한다.

명확한 기준은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여든 야든간에 투자비용(book value)을 기준으로 삼는 것 같다.

국제적으로는 기업가치는 미래수익가치의 현재가격(net present value)을 정상가격으로 통용된다.

기업이 처한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특히 부실이 원인이 돼 위기를 당한 국가의 입장에서 기업가치가 투자비용보다 낮은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부실을 털어내 기업을 회생하고 외화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기업매각은 중요한 수단이다.

단순히 투자비용보다 낮게 팔았다고 해서 국부유출을 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우리가 끌고 갈 때 기회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물론 매각과정에서 기업이 정상적으로 거래(딜)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느냐는 국부유출 시비의 생명이다.

매각범위도 우리 경제의 미래와 국민생활 안정차원에서 정해져야 한다.

만약 대내외 기업간 역차별이 있었다든지 시한을 정해 놓고 기업매각을 종용하거나 외국계 평가기관에 의존하다 보면 국내기업의 협상력은 떨어진다.

특히 매각이 안되는 부실기업 대신 기간산업이나 공기업 매각을 차선책으로 삼으면 분명히 국부유출 소지를 안고 있다.

또다른 쟁점사안인 ''외자가 국부유출''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현재 쟁점이 되는 것은 외국기업의 국내시장에 대한 지배력 강화와 외자성격에 대한 시각차다.

우선 외국인 투자비율이 경제규모에 비해 적기 때문에 국부유출 가능성이 적다는 시각은 지극히 위험하다.

우리는 차관을 통해 성장해온 일본식 성장모델을 따랐다.

반면 동남아나 중남미는 외국인투자에 의한 성장모델을 추진했다.

당연히 외국인 투자비율은 낮을 수 밖에 없다.

들여온 차관도 단기위주여서 유출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은 오히려 정부의 외화관리 미숙이 좀더 원인이 있다.

반면 외국인 직접투자가 유출가능성이 적다는 시각은 유입된 자금성격에 따라 다르다.

외국인 직접투자만이 선이라는 시각이 시정돼야 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외자가 들어와 1석5조의 효과를 본다 하더라도 경제주권 확보와 국민복지에 기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 경제가 외국기업에게 예속당할 때 외자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어떤 각도에서 보든 국부유출 문제는 어느 일방을 손들어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야당은 위기극복 과정에서 기업매각이든 외국인투자든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반면 여당이나 정부는 국부유출 소지가 있는 외자정책을 잘됐다고 공치사하거나 외자가 무조건 선이라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현 시점에서 여든 야든 간에 국민에게 보여 줘야 할 자세는 외자도입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국부유출에 대한 시비는 유권자인 국민들이 판단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