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트 위에/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모래 위에 눈 위에/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욕망없는 허무 위에/벌거벗은 고독 위에/죽음의 계단 위에/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나는 내 일생을 다시 시작한다/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자유여//"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1894~1952)의 유명한 "자유"다.

이 시의 제목은 "단 하나의 생각"이었다.

시인은 맨 끝에 자유 대신 사랑을 넣으려 했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이 본래 주제였던 셈.

이 장편시는 마지막을 "사랑"으로 바꾸어 읽었을때 더 울림이 크다.

사랑에 관한 그림과 시를 모은 "사랑의 비밀"(메건 트레지더 저,문학동네,1만8천원)이 번역됐다.

페르시아 일본의 옛그림부터 앙리 마티스의 20세기 회화까지 다양한 작품이 수록됐다.

군데군데 셰익스피어의 "그대를 여름날에 비하리까"같은 소네트가 숨어있다.

사랑에 관한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화집이다.

"키스"에 관한 작품을 보자.

"절규"로 유명한 에드바르트 뭉크,관능적인 황금빛이 특징적인 구스타브 클림트,두말이 필요없는 파블로 피카소 세 사람이 서로 다른 키스의 의미를 전한다.

뭉크의 "키스"엔 눈코입이 없다.

문둥이같은 두 사람의 얼굴이 한데 얽혀있을 뿐이다.

기괴하면서도 슬프다.

클림트의 "키스"는 부드러운 꿈에 젖어있다.

한번 보면 영원히 잊을수 없는 그림이다.

몽환적인 분위기는 누구도 모방할수 없다.

피카소는 경쾌하다.

서로를 보듬어안은 팔과 손이 강조됐다.

키스에 관한 고전적인 정의에 속하는 로댕의 "키스"도 한 귀퉁이를 장식한다.

망설임,구애,결혼 등 사랑의 여러 국면과 양상을 도해한 작품이 2백여점 가량 실렸다.

윤승아 기자 a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