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 투자의 공과에 관한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쪽은 외국인 투자가 첨단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한국 기업에 이전해 주고 고용을 창출하며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수출을 늘려준다는 소위 "일석오조론"으로 외국인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또 다른 한쪽은 외국인 투자로 알짜배기 기업들이 헐값으로 해외에 매각돼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고 주요 기간산업이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가고 있어 외국인 투자를 억제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둘러싼 이같은 의견대립은 물론 한국에 국한하는 현상은 아니다.

1980년대 일본기업들이 미국기업과 부동산을 대대적으로 인수할 때 미국에서도 이런 논쟁이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선거를 앞두고 정치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우리의 국부유출 논쟁은 외국인투자수준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채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외국인 투자비중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경우 선진국은 말할 것 없고 말레이시아 중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비해서도 크게 뒤지는 수준이다.

UNCTAD(국제연합 무역 개발회의)의 1999년 세계투자보고서는 개도국 중에서 외국인의 경제활동이 가장 미미한 국가로 한국을 지목하고 있다.

1998년 외국인 투자 유입액에 대비한 배당금 송금액 비중은 약 4%다.

세계 평균치인 30%선에 크게 미달했다.

이러한 지표 등을 살펴볼 때 국부유출 논의는 기우에 불과하다.

외국인 투자비중과 유입액에 대한 송금액 비중 모두 다른 나라에 비해서 뒤떨어진다는 것은 국부가 유출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의 증자활동이 더욱 왕성했다고 해석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외국인 직접투자(FDI)규모가 교역규모보다 커질 정도로 외국인투자는 이제 지구상의 가장 보편적인 경제활동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 또한 강조하고 싶다.

UNCTAD의 세계투자보고서는 심지어 외국인 투자유치에 실패하는 국가는 세계화의 흐름속에서 완전히 소외될 것이라고 지적하기 까지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FDI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적 흐름 앞에 우리는 놓여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엄연한 현실에서 외국인 투자유치가 옳으냐 그르냐하는 소모적인 논쟁은 무의미하다.

뿐만 아니라 식자들간의 이러한 논쟁이 자칫 일반국민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쳐 우리 경제가 폐쇄주의로 흐른다면 가뜩이나 어렵사리 쌓아올린 우리나라의 개방적 이미지와 대외신뢰도가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1980년대 후반 무역수지가 반짝 흑자를 보였을 당시 정부는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해 정책적 지원을 줄이는 등 경제의 효율성을 무시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우리 기업들은 해외로부터 장기 안정적인 자본유치보다는 경영간섭이 없는 투기성 단기차입을 늘렸다.

결국 이것이 IMF 위기를 초래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제 정말 필요한 것은 외국인 투자가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더욱 많은 기여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과 실행방법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정부 기업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를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기업환경,생활환경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근접하도록 하나하나 점검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외국인이 알아 볼 수 있는 제대로 된 도로표지판 하나 없는 나라가 세계 최고의 기업과 인력들을 유치하려 한다면 이건 정말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높은 지가,금리,임금수준 등 기업환경이 경쟁국들보다 나을 것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가 높은 부가가치가 기대되는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본다.

이제는 외국인 투자에 관한 비생산적인 논쟁은 뒤로하고 외국인 투자와 우리 경제를 어떻게 접목시켜야 상생할 수 있는 지에 모두의 예지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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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미국 로욜라 대학 경제학 학사
<>미국 보스톤 대학 경제학 석사
<>미국 하바드 대학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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