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사와 병원들의 요구에 밀려 4월부터 의료수가를 평균 6% 인상키로 했다.

이로인해 국민들이 낸 의료보험료와 세금에서 3천7백억원 가량이 병원의 수입을 보전해 주는 데 들어가게 됐다.

이번 의료수가 인상은 의사들이 벌인 대규모 시위에 대한 "답례품"이다.

의사들은 지난해 11월 실시된 의약품 실거래가상환제로 수입이 크게 줄어들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줄어든 수입을 채워달라고 요구해 왔다.

만일 개선책을 내놓지 않으면 집단휴진은 말할 것도 없고 아예 병원 문을 닫겠다고 목청을 돋구어 왔다.

복지부는 의원이나 병원들이 문을 닫는 일 만은 막아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의료수가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단시위 일정을 공개해 놓고 있고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이어서 그 당위성을 복지부의 설명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않아 보인다.

우선 평범한 국민들은 도대체 의사와 병원의 수입이 얼마에서 얼마로 줄었는 지를 알지 못한다.

실거래가상환제 전후의 구체적인 수입변화 내역을 밝히라는 요구에 의료계는 묵묵부답이다.

결국 국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보험료와 세금을 내야하는 꼴이 됐다.

의료수가 8.4% 인상을 요구해온 의료계는 이번 인상으로는 모자란다며 30일로 예정된 집단휴진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한번 모여서 소리를 치니까 "돈"이 나왔다고 생각해서인 지 또한번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자세다.

병원들도 집단휴진에 맞춰 의약분업 시범사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제시한 의약분업 방안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만든 방안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준비가 덜 된 약국에 환자를 보내 의약분업의 불편을 국민들이 직접 체험토록 하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다.

결국 의료계와 정부가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에서 등이 터지는 것은 환자들 뿐이다.

국민들을 볼모로 잡고 흥정을 벌이고 있는 꼴이다.

의약분업 시행일 까지 남아있는 날짜는 불과 98일 뿐이다.

의사와 약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약분업에 따른 불편을 줄일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말이다.

요즘 TV연속극인 ''허준''이 공연히 인기를 끄는 게 아니다.

이익을 돌아보지 않는 주인공의 진정한 인술이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병원이든 약국이든 밑지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의사와 약사라는 직업 명칭에 "선비 사"자가 아닌 "스승 사"자를 붙여주는 까닭을 스스로 다시한번 곱씹어야 할 일이다.

김도경 사회부 기자 infofest@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