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일본자동차의 한국진출은 국내 자동차업계에 분명 위협적이다.

일본차는 품질과 디자인이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통과 서비스 망을 잘 구축하면 상당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 요구되는 미국시장에서 전혀 밀리지않는 만큼 그 품질이야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제품 라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스포츠 쿠페와 같은 니치 마켓과 대형차 세그멘트에서 크게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일 수 있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일제차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자신의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될 것이다.

국내업체들은 신차개발에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종전과는 다른 전략을 갖고 내수시장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의 수혜자는 바로 국내 소비자가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비슷한 가격대에서 일제차 수준의 품질과 서비스를 요구할 것이고 국내업체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일제차들이 큰 폭으로 내수시장을 잠식할 것 같지는 않다.

산업전체 측면에서 일본 메이커들은 당분간 한국에서 1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관세장벽도 있고 보수적인 국내 소비자들의 속성상 이른바 "민족감정"도 다소 작용할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제차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은 사라질게 분명하다.

일본 메이커들은 미국 유럽 동남아의 경우 현지 생산을 통해 자신들의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르노-닛산이 삼성차를 인수하면 그러한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르노-닛산이 삼성차를 인수하여 자동차를 생산했을 때 그 자동차를 국산차로 보느냐 외제차로 보느냐 하는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에서 조립과정을 거치고 소정의 국산화율을 만족하는 차는 국산차로 간주하는게 국제 관례다.

르노-닛산이 주요 부품을 해외에서 아웃소싱하지 않고 기존 삼성자동차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동차를 생산한다면 토착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일제차의 한국 상륙 성공여부는 그들의 토착화전략에 달려있다고 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