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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감시대] (19) 제1부 : 1997년 가을 <2> '예술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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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홍상화

    뮤지컬 "박정희의 죽음"연습 장소로 다시 돌아온 진성구는 객석에 앉아 무대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준비됐어요? 그럼 지식인 무리와 대학생들,그 다음으로 영정을 든 상복차림의 어머니 순서로 나오세요. 라이트 아웃"

    진미숙이 말하자 무대가 컴컴해지며 진미숙이 말한 순서대로 출연진이 무대에 나오기 시작했다.

    맨 마지막 어머니 뒤에 내러이터 역의 이혜정이 따라나온다.

    무대 위를 거닐면서 합창이 시작된다.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할 그대가/어쩌다 세상에 얼굴을 내밀어/국민에게는 치욕을 주고 /부모에게는 피눈물을 뿌리게 했나? 수출,수출 떠들어대며/툭하면 잡아 넣고 툭하면 후려치고/경제부흥이다,민족중흥이다/경제발전이 무슨 소용 있나?국민들은 겁이 나 움츠러들고 /그대들은 주지육림 속에 영혼을 잃어버리니/들리느니 한숨소리요,보이느니 돼지우리 뿐이다.

    합창이 끝나면서 출연진들이 무대 밖으로 사라진다.

    뒤이어 무대가 다시 서서히 밝아지면서 피로 얼룩진 흰색 셔츠를 입은 박정희 역을 맡은 배우가 강한 조명을 받으며 객석 쪽으로 비틀거리며,고통스러워하며 나온다.

    그의 독백이 시작된다.

    "윽,이게 무슨 꼴이냐? 아,내 인생은 끝이 났구나. 내가 키운 미친개한테 물려서 끝이 났구나. 운명의 신이여! 어디서,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이 군인의 생명인바,전쟁터의 포화 속에서 전우와 같이 장렬한 죽음을 맞이할 수 없었다면,차가운 감방에서 고독 속에 최후를 장식하게 해주었어야 했다. 그것도 자비로운 것이라면 노년의 병마를 마지막 전우로 삼아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인생을 끝마치게 해주었어야 했다. 아! 탕아로 죽게 되다니.늙은 탕아로...알렉산더는 정복길에서 죽음을 맞이하였고, 시저는 상원의 복도에서,나폴레옹은 유배지 고도에서,히틀러는 벙커 속에서...그런데 나는 아늑한 주석에서 딸 같은 두 젊은 여자 사이에서 탕아로 죽음을 맞이하다니"

    스피커에서 여러 사람의 소리가 들린다.

    "각하! 위대하신 각하,후계자를 누구로 했으면 좋겠습니까?" 허리를 반쯤 구부린 상태로 야비한 미소를 띄우며 객석을 향해 박정희의 독백이 계속된다.

    "걱정 말아라,조금도 걱정 말아라.권력은 더러운 작부,가장 강하고 가장 잔인하고 가장 무자비한 자의 품에 안겨 아양을 떨게 마련이다. 거짓 신음으로,간드러진 목소리로, 달콤한 속삭임으로... 조금도 걱정 말아라.권력은 더러운 작부.조금도 걱정 말아라.그자가 무력해지면,또 새로운 힘세고 잔인한 자를 그녀의 품속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박정희에게 향하던 강한 조명이 꺼지고 다시 무대가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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