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채무감축 논쟁은 없나 .. 오연천 <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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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채무가 4백조원에 달한다는 야당의 기습적인 문제 제기로 야기된 국민적 우려는 1백조원 수준이라는 정부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국가 채무는 개인 채무처럼 딱부러지게 "얼마다"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념과 시각에 따라 규모의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채무의 본질과 성격을 거두절미한 채 이를 단일 수치로 표현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 채무의 실상을 오도할 여지가 있다.
그동안 곱든 밉든 국정 운영에 한솥밥을 먹어온 제도 정치권 일각에서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레 국가 채무 위기론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상당수 국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왜냐하면 국가 채무가 진정 위기적 상황이라면 연중 개원하다시피 한 국회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숱한 국책연구기관이나 민간경제연구소로 하여금 객관적 기준에 따라 국가채무의 범위와 규모를 다양하게 산정토록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그 실상을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가채무 규모를 좁게 보든 넓게 보든 채무 증가 원인에 대한 냉철한 규명과 이에 입각한 재정.금융정책의 포지션을 제시하는 성숙한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외형적 수치로 "국정실패" 여부를 재단하려는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IMF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앙.지방정부가 직접 상환의무를 지고 있는 확정 채무는 1999년 말 현재 1백8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GDP 대비 22.3% 수준으로서 29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야당 일각은 국가채무 규모를 이러한 확정 채무에 국한하지 않고 1백조원에 이르는 보증채무와 2030년부터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국민연금부문의 잠재적 적자 등을 망라적으로 포함시키고 있음에 정부 여당과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세금으로 상환해야 할 국가 채무가 60조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IMF 경제위기의 극복과 국민연금제도의 확대 도입과정에서 정부의 채무보증과 잠재적 연금채무가 급속히 증가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1백조원 상당의 보증채무의 대부분은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발행된 채권과 금융기관의 단기 외화차입금 만기 연장을 위한 정부의 지급보증 등 IMF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정부개입의 결과 발생한 것이다.
IMF 위기 당시 2만3천여개의 중소기업이 도산했고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는 등 사실상 한국경제가 파산상태에 이르렀던 긴박한 상황에서 만일 국채발행등 국각 재정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경제가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를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다만 보증채무가 국가채무로 전가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회수하기 위한 치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재 규모를 확정할 수 없는 국민연금의 잠재적 채무를 획일적으로 국가채무에 포함시키는 것은 장기간의 기여와 세대간 비용분담을 전제로 하는 연금제도의 기본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국민연금 관련 채무는 가입기간 20년 미만 자에 대한 특례연금지급 "낮은 기여,높은 급여"체계 등 제도설계의 미흡으로 인해 도입 당시부터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다.
이제 국민연금의 잠재적 심각성이 드러난 만큼 연금제도의 개혁에 정치권과 국민들이 함께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가 채무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생산적인 정책 대결의 장이 마련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IMF 위기 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늘어난 국가 채무를 순차적으로 줄여나가 건전 재정 기조를 조속히 복원하기 위해 공공부문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조세 정의의 확립을 통한 세입 증대 등 재정적자 감축 노력이 강도 높게 전개되어야 한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재정적자의 감축을 위한 특별조치법의 제정 등 국가채무 축소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가시화 되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국가 채무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만큼 각 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사탕발림식 공약을 남발해서는 안되며, 국가 채무를 줄이기 위한 포지션을 당당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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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미국 뉴욕대 박사
<>세계은행 자문위원
<>기획예산위원회 비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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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의 내용은 한국경제신문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상 국가 채무는 개인 채무처럼 딱부러지게 "얼마다"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념과 시각에 따라 규모의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채무의 본질과 성격을 거두절미한 채 이를 단일 수치로 표현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 채무의 실상을 오도할 여지가 있다.
그동안 곱든 밉든 국정 운영에 한솥밥을 먹어온 제도 정치권 일각에서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레 국가 채무 위기론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상당수 국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왜냐하면 국가 채무가 진정 위기적 상황이라면 연중 개원하다시피 한 국회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숱한 국책연구기관이나 민간경제연구소로 하여금 객관적 기준에 따라 국가채무의 범위와 규모를 다양하게 산정토록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그 실상을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가채무 규모를 좁게 보든 넓게 보든 채무 증가 원인에 대한 냉철한 규명과 이에 입각한 재정.금융정책의 포지션을 제시하는 성숙한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외형적 수치로 "국정실패" 여부를 재단하려는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IMF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앙.지방정부가 직접 상환의무를 지고 있는 확정 채무는 1999년 말 현재 1백8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GDP 대비 22.3% 수준으로서 29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야당 일각은 국가채무 규모를 이러한 확정 채무에 국한하지 않고 1백조원에 이르는 보증채무와 2030년부터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국민연금부문의 잠재적 적자 등을 망라적으로 포함시키고 있음에 정부 여당과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세금으로 상환해야 할 국가 채무가 60조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IMF 경제위기의 극복과 국민연금제도의 확대 도입과정에서 정부의 채무보증과 잠재적 연금채무가 급속히 증가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1백조원 상당의 보증채무의 대부분은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발행된 채권과 금융기관의 단기 외화차입금 만기 연장을 위한 정부의 지급보증 등 IMF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정부개입의 결과 발생한 것이다.
IMF 위기 당시 2만3천여개의 중소기업이 도산했고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는 등 사실상 한국경제가 파산상태에 이르렀던 긴박한 상황에서 만일 국채발행등 국각 재정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경제가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를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다만 보증채무가 국가채무로 전가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회수하기 위한 치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재 규모를 확정할 수 없는 국민연금의 잠재적 채무를 획일적으로 국가채무에 포함시키는 것은 장기간의 기여와 세대간 비용분담을 전제로 하는 연금제도의 기본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국민연금 관련 채무는 가입기간 20년 미만 자에 대한 특례연금지급 "낮은 기여,높은 급여"체계 등 제도설계의 미흡으로 인해 도입 당시부터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다.
이제 국민연금의 잠재적 심각성이 드러난 만큼 연금제도의 개혁에 정치권과 국민들이 함께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가 채무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생산적인 정책 대결의 장이 마련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IMF 위기 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늘어난 국가 채무를 순차적으로 줄여나가 건전 재정 기조를 조속히 복원하기 위해 공공부문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조세 정의의 확립을 통한 세입 증대 등 재정적자 감축 노력이 강도 높게 전개되어야 한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재정적자의 감축을 위한 특별조치법의 제정 등 국가채무 축소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가시화 되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국가 채무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만큼 각 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사탕발림식 공약을 남발해서는 안되며, 국가 채무를 줄이기 위한 포지션을 당당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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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미국 뉴욕대 박사
<>세계은행 자문위원
<>기획예산위원회 비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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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의 내용은 한국경제신문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