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음지급 관행을 고치기 위해 권장하고 있는 기업구매전용카드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구매기업으로부터 구매전용카드로 판매대금을 받는 납품업체들은 어음으로 받을 때보다 1%포인트 가량 높은 할인료(수수료)를 물고 있다.

한 중소업체 사장은 "현행 어음은 3개월짜리를 기준으로 연 6.5%의 할인료를 적용하는데 비해 구매전용카드로 판매대금을 받을 경우 연 7.5%를 뗀다"며 "구매전용카드제가 어음보다 더 많은 금융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상업어음의 경우 각 은행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연리 3%의 총액한도대출자금을 제공받아 최저 6% 수준으로 할인해 주는 반면 기업구매전용카드에 대해선 이 자금이 지원되지 않는데 따른 것이다.

어음할인은 은행계정이어서 총액한도자금 지원이 가능하지만 구매전용카드의 경우 카드계정이라서 곤란하다는게 한은 입장이다.

이처럼 납품업체의 부담이 큰데다 구매기업도 거래내역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기업들은 구매전용카드 사용을 꺼리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구매전용카드의 경우 총액한도대출제도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시중은행의 시장조달금리를 적용할 수 밖에 없다"며 "구매전용카드제를 활성화하려면 총액한도자금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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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 기업구매전용카드 =주로 중소 납품업체가 가맹점이 되고 구매 대기업이 카드 이용자가 된다.

구매기업은 물건을 살 때마다 어음대신 카드로 결제한다.

납품업체는 신용카드 가맹점들이 수수료를 내듯 은행의 자금조달금리와 마진 등 수수료를 떼고 판매대금을 받는다.

한미 하나 신한은행 등이 기업과 제휴해 기업구매전용 카드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