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밤을 지내는 최초의 느낌은 마치 내가 아더왕의 법정에 선 양키같다는 것이었다. 문이 닫힌 성에 에워싸인 도시는 어두워지면 가로등도 없고 행인도 없기 때문에 손에 등불을 들고 나가야 하고,성을 넘지 않으면 도망칠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서양 중세기 때의 정취가 난다"

1880년대 초에 서울에 와서 2년동안 머물렀던 미국 선교사 조지 길모어는 저서 "서울에서 본 한국"에다 이런 기록을 남겨 1백여년전 서울의 밤거리를 그려보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런 암흑의 밤은 곧 막을 내린다.

1885년 말께 미국 에디슨상회에서 사들인 자가 발전기 2대가 경복궁 향원정 근처에 설치되고 1백촉의 서치라이트 2대가 점등됐다.

이듬해말에는 미국인 기술자 존 맥케이가 경복궁 건물방마다 전등을 달았다.

뒤이어 1889년 서대문~홍릉간 전차를 개통한 한성전기회사는 1900년 4월10일 종로네거리에 가로등 3개를 점등했다.

이것이 이땅에 전기 가로등이 생긴 시초였다.

서울시는 지난주말 가로등의 역사 1백년을 맞아 램프의 조도를 대폭 높이고 디자인도 현대식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한 "야간 경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테헤란로와 서울역~광화문구간을 야경 시범거리로 지정해 테헤란로는 상반기까지 공사를 마치고 도심구간은 단계적으로 개선해 갈 방침이라고 한다.

2002년까지는 문화재시설 한강교량 지층에 있는 민간건물의 야간조명까지 완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의 가로등 평균조도는 선진국의 3분의2수준인 18~21룩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기로등의 조도만이라고 30룩스로 올린다면 범죄예방은 물론 서울의 밤거리도 그만큼 생동감을 되찾게 될것 같다.

과거 문인들은 대부분 가로등을 도시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으로 노래하고있다.

전혜린은 안개와 고풍스런 가스등때문에 유럽을 그리워 했다.

영화속에서 처럼 잿빛 안개를 뚫고 엷게 비치던 레몬색 불빛을 잊지못했다.

새 가로등이 지역에 따라 다양하고 밝으면서도 서울이란 도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명물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