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들의 민의를 대변하겠다는 총선후보자들이 정작 정책대결의 장인 TV토론을 기피하는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

한나라당 부산 선대위는 지난 24일 공천자회의를 열어 부산MBC와 부산방송(PSB)의 부산지역 후보자 초청 TV토론회에 "시지부 차원의 당대 당 형태의 TV토론회는 응할 수 있으나 개별 선거구 후보자 단위의 토론회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도 서울지역 방송사 및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각종 정책 토론회에 8차례나 불참해 토론회를 무산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정당들은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 놓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따로 있다.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획득하고 있는 후보들이 "괜히 나서서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토론기피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유권자들이 지역감정에 이끌려 표를 몰아줄텐데 굳이 TV토론에 나와 "약점잡힐 일이 뭐있겠느냐"는 얄팍한 계산이 심중에 깔려있는 것이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가 이같은 후보들의 "TV토론 기피증"에 대한 배경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조사결과 부산 전체 17개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평균 지지율은 40.6%나 되는데 반해 한나라당 공천자 개개인에 대한 지지율은 이보다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 개인보다 지역을 대변하는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앞서는 조사결과는 이번 4.13총선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지역감정이 후보선택의 첫째 기준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는 곧 후보 개개인이 TV에 나와 정책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한 후보는 잘 해야 본전인 일을 왜 굳이 하느냐고 반문한다.

선거때만 되면 후보자들은 지역감정 자극과 흑색 비방으로 승부를 건다.

정책대결은 한같 포장일 뿐이다.

게다가 질 낮은 선거문화가 이번에도 재연되면서 돈선거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30억을 써야 당선된다는"20락 30당"이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뒷전인채,돈선거와 지역감정으로 선거를 치루려는 후보자들에게는 따가운 매질 이외의 방도가 없다.

정신 못차리는 그들에게 신성한 한표를 모아 그들의 심장을 향해 쏘아야 한다.

김병일 정치부 기자 kbi@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