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직접 이번 인사파문 수습에 나서겠다는 뜻을 굳힌 것은 지난 26일 저녁 정몽헌 회장과의 가회동 자택 만찬에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은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과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등이 동석한 이날 만찬에서 27일 열리는 경영자협의회 회의에 참석해 본인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같은 뜻을 이날 저녁 정몽구 회장에게도 알리고 회의에 참석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 경영자협의회 회장체제에 대한 논란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대로 놓아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에 비추어 정몽구 회장도 이날 밤 이미 정 명예회장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회장이 27일 아침 경영자협의회 석상에서 정 명예회장의 뜻에 따르겠다고 흔쾌히 밝힌데서도 전날 밤 3부자간에는 사실상 정리작업이 이뤄졌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이날 경영자협의회를 연다는 일정 자체는 지난 24일 정몽헌 회장이 귀국해 정 명예회장 가회동 저택을 방문한 직후에 결정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희수 기자 m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