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주변에 빈 사무실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최근 창투사 자금을 지원받은 서울 용산 주변의 한 벤처기업 사장은 주위에 이런 "민원"을 간곡히 부탁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가진 인터넷 솔루션 업체인데도 주소지가 용산 부근이라는 이유로 하드웨어 부품을 만드는 제조업으로 오인돼 손해가 많다는 하소연이다.

그래서 벤처기업이 몰리는 테헤란로에 사무실을 찾고 있으나 빈곳을 찾기가 무척 어렵단다.

혹 빈곳이 나오더라도 임대료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라는 것. 테헤란로 길가 건물의 임대료는 평당 평균 7백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전철역이 가깝고 창투사가 몰려있어 테헤란 밸리의 노른자위로 불리는 포스코빌딩 주변은 평당 1천만원을 넘는다.

최근 입주사를 모으고 있는 현대산업개발 강남빌딩은 평당 1천2백만원을 부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물주만 실속을 챙기고 있다.

벤처빌딩(벤처집적시설)으로 지정되면 개발부담금 등 8가지 세금이 면제되고 취득세 등을 50% 감면받는다.

건물주는 꿩도 먹고 알도 먹는 2중이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일부 창투사는 테헤란로에 갈 것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래야 투자한 기업의 가격이 올라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엔젤투자자들도 기술보다는 사무실위치를 보고 투자여부를 결정한다.

자금부담 때문에 테헤란로를 포기한 한 벤처기업인은 "초기벤처기업이 테헤란밸리로 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규정한다.

1년이면 자금이 거덜날 것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처럼 벤처열풍이 불고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벤처기업인들은 아직도 허름한 사무실로 청바지 입고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영국의 벤처캐피털협회의 벤처투자 10계명에는 "엘리베이터와 응접실에 가죽소파가 있는 벤처기업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조항이 있다.

입방 피트당 임대료가 8달러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비싸다는 팔로알토 지역은 성공한 세계적 벤처기업 외에는 입주하지 않는다.

1849년 미국의 골드러시때 실제로 돈을 번 사람은 금 채굴업자가 아니라 리바이스 같은 청바지업자였다는 말이 있다.

벤처열풍이 허망한 골드러시로 끝나지 않으려면 테헤란밸리 임대료 거품을 먼저 걷어내야 한다.

안상욱 벤처중기부 기자 sangwook@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