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푸틴 당선 이후의 러시아..정여천 <대외경제정책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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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의 해체 이후 세 번째인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무사히 끝났다.
선거결과는 예상되던 대로 푸틴 현 대통령 권한대행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러시아 국민들은 새로운 지도자에게 무엇보다도 러시아에 안정과 질서를 회복시켜줄 것을 바라고 있음이 확인됐다.
러시아는 1990년대 내내 정치 경제적인 혼란과 국가위상의 실추를 경험해왔다.
1990년 말에 과거의 초강대국이던 소련이 순식간에 붕괴한 이후 새로운 국가체제를 갖추는 과정에서 러시아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극도의 혼란이 겪었다.
1998년에는 금융위기와 국가채무에 대한 모라토리엄 선언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러시아의 국민들이 이 같은 혼란과 정치.경제적인 위축으로부터 러시아를 탈출시켜줄 지도자로서 부패한 기성 정치인보다 전국적인 정치가로 입문한지 이제 반년이 조금 넘은 젊은 푸틴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 러시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갈 지 그의 경력만 가지고서는 아직 어느 누구도 구체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푸틴은 러시아의 안정.질서와 더불어 힘있는 러시아를 재건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같은 주장은 과거 소련과 같이 미국과 더불어 전세계를 양분하는 초강대국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세계무대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대국으로서 러시아의 면모를 되찾을 것을 바라는 러시아 국민들은 염원을 반영한 것이다.
러시아는 여전히 유럽에서 아시아에 걸치는 세계최대의 영토를 가지고 있으며 핵보유국이자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다.
이러한 러시아가 국제관계에 있어서 일방적으로 힘을 추구할 경우 러시아를 둘러싼 국제관계는 긴장상태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미국과 유럽의 강대국들은 푸틴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푸틴이 주도한 체젠전쟁에서 러시아가 보여준 과감성과 외세에 대한 단호한 배척으로 인해 이같은 구미 국가들의 경계심은 더욱 높아진바 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대외관계에서 힘을 추구하기에는 러시아의 역량이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작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보여준 푸틴의 외교는 러시아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저해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외관계에 있어서 협력과 협상에 인색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외교노선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현재 러시아는 서방의 지원이 없이는 독자적으로 국가경제를 재건할 능력이 없다.
당장 금년에 1백억 달러에 달하는 외채를 상환해야 하는 러시아로서는 구미 국가들의 외채상환에 대한 만기연장이 필수적이다.
바닥난 러시아의 국고를 고려할 때 푸틴이 강조하고 있는 국가주도의 산업정책도 채권국들의 외채만기연장과 외국인투자의 유입이 없이는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금까지 푸틴은 시장경제개혁과 국제경제체제에의 편입이라는 원칙을 지지해왔는바 적어도 이 같은 원칙이 유지되는 한 러시아가 국제관계에 있어서 외교적인 힘만을 주장하는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푸틴이 직면하게 될 도전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국내정치적인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지지세력이 대거 당선된 지난 해 12월의 총선 결과 푸틴 대통령은 옐친 대통령과 달리 의회와의 관계에서도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푸틴이 주장해온 러시아경제의 안정과 질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세제도를 정비하고 매달 10~2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화도피를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은 오늘날 러시아를 움직이는 또 다른 세력인 기업계와의 대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원개발과 에너지.군수산업 분야의 거대국유기업과 더불어 국유기업의 사유화과정에서 탄생한 러시아판 재벌그룹들이 주축이 되는 러시아의 기업계는 현재 러시아경제를 지탱하는 동력인 동시에 탈세와 외화유출의 주범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더구나 많은 재계 인사들은 옐친 대통령의 주변에 포진하여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에 의해 후계자로 발탁된 푸틴이 러시아 기업계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들을 변화시켜 러시아 경제의 구조조정을 수행하는가의 여부는 정치적 안정 뿐 아니라 러시아의 원활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비록 현재 혼란과 대내외적인 위상의 위축을 경험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한반도 주변의 강국이며 외교적,경제적으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국가임에 틀림없다.
이번 푸틴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러시아는 21세기에 국가의 장래를 결정할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변화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우리의 국익을 냉철히 따져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ycjeong@ki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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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연세대 졸업
<>독일 뮌헨대학교 경제학박사
<>저서 : 전환기 러시아연방의 조세제도 연구, 한-러시아 경제교류 현황과 정책과제
선거결과는 예상되던 대로 푸틴 현 대통령 권한대행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러시아 국민들은 새로운 지도자에게 무엇보다도 러시아에 안정과 질서를 회복시켜줄 것을 바라고 있음이 확인됐다.
러시아는 1990년대 내내 정치 경제적인 혼란과 국가위상의 실추를 경험해왔다.
1990년 말에 과거의 초강대국이던 소련이 순식간에 붕괴한 이후 새로운 국가체제를 갖추는 과정에서 러시아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극도의 혼란이 겪었다.
1998년에는 금융위기와 국가채무에 대한 모라토리엄 선언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러시아의 국민들이 이 같은 혼란과 정치.경제적인 위축으로부터 러시아를 탈출시켜줄 지도자로서 부패한 기성 정치인보다 전국적인 정치가로 입문한지 이제 반년이 조금 넘은 젊은 푸틴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 러시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갈 지 그의 경력만 가지고서는 아직 어느 누구도 구체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푸틴은 러시아의 안정.질서와 더불어 힘있는 러시아를 재건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같은 주장은 과거 소련과 같이 미국과 더불어 전세계를 양분하는 초강대국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세계무대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대국으로서 러시아의 면모를 되찾을 것을 바라는 러시아 국민들은 염원을 반영한 것이다.
러시아는 여전히 유럽에서 아시아에 걸치는 세계최대의 영토를 가지고 있으며 핵보유국이자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다.
이러한 러시아가 국제관계에 있어서 일방적으로 힘을 추구할 경우 러시아를 둘러싼 국제관계는 긴장상태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미국과 유럽의 강대국들은 푸틴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푸틴이 주도한 체젠전쟁에서 러시아가 보여준 과감성과 외세에 대한 단호한 배척으로 인해 이같은 구미 국가들의 경계심은 더욱 높아진바 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대외관계에서 힘을 추구하기에는 러시아의 역량이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작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보여준 푸틴의 외교는 러시아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저해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외관계에 있어서 협력과 협상에 인색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외교노선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현재 러시아는 서방의 지원이 없이는 독자적으로 국가경제를 재건할 능력이 없다.
당장 금년에 1백억 달러에 달하는 외채를 상환해야 하는 러시아로서는 구미 국가들의 외채상환에 대한 만기연장이 필수적이다.
바닥난 러시아의 국고를 고려할 때 푸틴이 강조하고 있는 국가주도의 산업정책도 채권국들의 외채만기연장과 외국인투자의 유입이 없이는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금까지 푸틴은 시장경제개혁과 국제경제체제에의 편입이라는 원칙을 지지해왔는바 적어도 이 같은 원칙이 유지되는 한 러시아가 국제관계에 있어서 외교적인 힘만을 주장하는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푸틴이 직면하게 될 도전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국내정치적인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지지세력이 대거 당선된 지난 해 12월의 총선 결과 푸틴 대통령은 옐친 대통령과 달리 의회와의 관계에서도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푸틴이 주장해온 러시아경제의 안정과 질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세제도를 정비하고 매달 10~2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화도피를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은 오늘날 러시아를 움직이는 또 다른 세력인 기업계와의 대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원개발과 에너지.군수산업 분야의 거대국유기업과 더불어 국유기업의 사유화과정에서 탄생한 러시아판 재벌그룹들이 주축이 되는 러시아의 기업계는 현재 러시아경제를 지탱하는 동력인 동시에 탈세와 외화유출의 주범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더구나 많은 재계 인사들은 옐친 대통령의 주변에 포진하여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에 의해 후계자로 발탁된 푸틴이 러시아 기업계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들을 변화시켜 러시아 경제의 구조조정을 수행하는가의 여부는 정치적 안정 뿐 아니라 러시아의 원활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비록 현재 혼란과 대내외적인 위상의 위축을 경험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한반도 주변의 강국이며 외교적,경제적으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국가임에 틀림없다.
이번 푸틴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러시아는 21세기에 국가의 장래를 결정할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변화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우리의 국익을 냉철히 따져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ycjeong@ki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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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연세대 졸업
<>독일 뮌헨대학교 경제학박사
<>저서 : 전환기 러시아연방의 조세제도 연구, 한-러시아 경제교류 현황과 정책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