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장이 부실대출로 은행에 손해를 입혔더라도 사전에 부실대출인 줄 몰랐다면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28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농협지점장 이모(5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이씨는 부하가 만든 대출서류를 믿고 실적 증가를 위해 대출을 승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점장으로 근무할 때인 97년 4월부터 1년간 인척의 명의를 빌려 대출을 신청한 신용불량자 정모씨에게 37차례에 걸쳐 22억9천여만원을 대출하도록 승인했다가 정씨가 돈을 갚지 않는 바람에 기소됐다.

<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