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스톡옵션 도입을 망설이는 것은 평가시스템을 비롯한 준비작업을 제대로 해놓지 않고 성급하게 도입할 경우 부작용이 더 커진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주총시즌을 맞아 삼성 현대 SK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스톡옵션제도를 도입, 시행키로 발표를 했었다.

그러나 실제 추진과정에서 잡음이 적지 않아 시행시기를 늦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모 회사의 경우 이사회에 제대로 참석치 않은 구조조정본부 임원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옵션을 받지 못한 임직원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이같은 불만을 가라앉히려고 경제적 부가이익(EVA;순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제외한 부분)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보너스 형식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대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스톡옵션을 도입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과 평가수단이 없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을 대주주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 비춰 볼 때 재벌총수나 대주주가 스톡옵션의 규모 및 대상자를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주주를 위한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스톡옵션 제도가 임원들에 대한 오너의 포상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톡옵션을 도입하기 위해선 경영자보상위원회가 투명하고 객관적인 옵션설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옵션을 부여받은 임원들이 자신들의 경영능력과 무관하게 주가상승분을 향유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렇게 되면 임직원간 위화감만 싹트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지금까지 스톡옵션을 도입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같은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한 뚜렷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황이다.

박상수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인센티브를 주는 차원의 스톡옵션일 경우 행사가격을 옵션의 부여시점에서 행사시점까지의 산업이나 주가지수 수익률을 반영해 변동하게 함으로써 임직원의 노력에 의한 초과 성과에 대해서만 임직원이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관련 산업이 호황이거나 경제여건이 호전돼 상승한 부분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톡옵션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선 효력발생조건, 행사기간, 행사가격 재조정 등 설계의 기본 요소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양병무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단순한 주가상승에 따른 보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톡옵션의 부여기준을 총자산수익률 투자수익률 매출액 등으로 구체화해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스톡옵션 제도가 일반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선 최고경영자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무담당자들에 의한 주가조작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최근 스톡옵션을 도입하는 업체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표준모델을 만들기 위한 표준모델제정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 위원회는 5월말까지 스톡옵션의 부여와 운영에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상장사들이 부작용없이 스톡옵션을 도입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익원 기자 ikle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