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대학로에 자리잡은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KIDP)은 매우 "특별한" 손님을 맞이했다.

김영호 산업자원부 장관이 산자부 차관보를 비롯 산업기술국장 품질디자인과장 등 정부에서 디자인정책을 이끌어나갈 핵심 인사들을 대동하고 "왕림"한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디자인관련 업계 학계 관련단체 대표 20여명을 모아놓고 "디자인산업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KIDP가 생긴 이래 각계 인사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산자부 장관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기는 처음"이라며 반가움과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장관은 이날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디자인강국 실현을 위한 10대 중점과제"를 발표했다.

21세기 핵심 전략산업인 디자인산업을 키우기 위해 <>특성화된 전문 교육기관을 육성하고 <>디지털 환경의 디자인 아카데미를 설립한다는 등의 내용이 뼈대였다.

정부측 발표가 끝났을 때 대부분의 참석자들에게선 간담회를 시작할 당시의 호의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98년 발표했던 디자인 진흥시책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구체적이고 현실감있는 정부시책을 바란다"

"디자인 아카데미를 세우겠다는 정부의 의도에 당혹감을 느낀다.
정부가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지 않으냐"

"이번에 내건 정책들은 여전히 정부주도형에,경직된 틀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반응에 김 장관은 마침내 "정부는 돈도 능력도 없다.
디자인산업에 개입할 의지도 없다"는 폭탄선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디자인 업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능력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이런 발언이 참석자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나온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능력 없다는 정부는 앞으로 5년간 디자인 산업에 8천억원을 투입하고 1천억원 규모의 디자인 벤처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한 참석자는 "정부가 양적으로 "무언가"를 해주기보다는 "어떻게"를 제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산업이 효과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소리다.

양적인 숫자놀음으로 디자인 업계를 흔들어 놓기엔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이방실 벤처중기부 기자 smile@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