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칼럼 끝부분에서 충분히 논하지 못한 내용을 추가할까 한다.

쓰는 이로서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은 "올드 스쿨"이라는 표현이었다.

이는 문자 그대로 한 집단을 설명하는 단어일 뿐이다.

이 단어 자체에는 그 어떤 부정적인 의미도 내재되어 있지 않음을 우선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한국경제 사상 전례없는 벤처기업의 성공사례에 놀란 올드스쿨이 성급한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는데 이같은 우려는 기득권층의 자기 밥그릇 보호 차원과는 질적으로 다른 "충정의 발로"에서 비롯된 우려임을 필자는 이해하고 있다.

올드 스쿨을 정의하자면 과거 경제논리에 익숙한 집단이라고 표현하면 적합할 듯하다.

지극히 간단한 두개의 영어 단어로 짜여진 올드 스쿨에 대한 구차한 설명을 붙이는 것은 혹시 이 표현이 신구 세력의 대립 내지는 기득권과 비득권의 대립 구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 받지나 않을까 하는 필자의 소심한 기우 때문이다.

사실 한국처럼 "벤처"라는 신논리에 빠르게 적응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올드스쿨의 반대급부라 할 수 있는 "뉴 스쿨"이 채 형성되기도 전에 벤처라는 화두를 이렇듯 무섭게 밀어붙인 나라는 그 예를 찾기가 더더욱 힘들 것이다.

그러한 과감한 벤처 육성책 덕분에 지금 서울벤처 밸리는 IMF라는 국가 최대의 시련이 언제였던가 싶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올드스쿨이 벤처업계에 우려의 눈길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아울러 비상장기업의 주가 오름세,묻지마 투자 등 벤처산업쪽에 우려되는 부분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보자.올드스쿨에 속할 50대의 자본가가 30대 초반의 벤처 사장을 찾아갔다.

어제 불렀던 가격이 주당 2만원이었는데 오늘은 7만원이란다.

이것은 분명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이게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사기가 아닌가 의아심이 들 법도 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경제 계단의 하위계급으로만 여겨져 왔던 20~30대와 자본가 집단인 장년세대의 경제에 대한 식견이 현재처럼 뒤바뀌어진 시대도 없었을 것이다.

자본가 집단은 항상 젊은 세대를 가르쳐왔고 젊은 세대는 장년세대로부터 경험과 연륜을 전수 받는 쪽이었다.

그러다 컴퓨터 산업 혁명의 기세로 20세기 말미에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요즘은 자본가 그룹이 20대말이나 30대 초반에게 투자 좀 받아달라고 빌고 다니는 형국이 되어 있다.

"아직도 바가지를 쓰면서 전화로 증권거래를 합니까"

10억원을 굴리는 50대도 할말이 없다.

20대가 인터넷이 어떠니 떠들어도 50대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니면 아예 이해를 못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대기업의 이사가 차장이나 대리에게 인터넷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인터넷 사업은 해야겠는데 이사는 아는 게 없다.

요즘 부랴부랴 교수님 모셔다가 특강을 받고 개중엔 일찍 깬 이사님들은 네티즌으로 자리를 잡아갔지만 워낙 새로운 분야이다 보니 사업은 이끌어가야 하는데 겁은 나고 미칠 노릇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실리콘밸리가 그 패러다임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

패러다임이 바뀐 아주 쉬운 증거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20~30대의 천만장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식정보산업 시대,문자 그대로 지식인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사회다.

자본이 지식을 따라다니는 것.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닌가.

이 기이한 현상에 놀라 인위적으로 막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코스닥에서 떨어지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기업에 그 중 가장 큰 올드스쿨의 잣대는 "수익성"이라는 잣대 아닌가 싶다.

나스닥이 상장을 승인함에 있어 수익성을 잣대로 보았다면 오늘의 야후도,아마존닷컴도 존재할 수 없다.

투자자들의 권익보호 차원이라는 명분은 이해할 수 있다.

더욱 시급한 것은 인터넷 기업의 수익성에 관한 시시비비보다는 소위 "작전세력"을 막고 경영과 재무자료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길일 것이다.

수익성에 대한,그리고 그 기업의 미래 가치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시장의 몫이어야 한다.

국내 상당수의 올드 스쿨이 아직 "패러다임 변화"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 마이클 김 (주)eStop 대표이사 mkim@esto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