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버드나무에서 움튼다.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면 버들가지는 기지개를 켜며 연초록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다.

능수버들의 고장 천안.역에서 제3공단으로 가는 길에 경부선 철로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다.

이를 넘으면 왼쪽에 작은 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삼한기계.대지 5백평,건평 2백여평의 전형적인 중소기업이다.

종업원은 불과 27명. 회사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먹기 달렸네" 디지털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촌스런 구호다.

공장안 다락방에 있는 두평 남짓한 사장실에는 세계지도가 걸려 있다.

지도위에는 빨간색 작은 깃발을 단 핀이 수십개 꽂혀 있다.

이 회사가 만든 기계를 수출한 곳이다.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세계 최대 거울가공업체인 미국의 밀러에도 수출했다.

벽에는 70여개의 액자가 빽빽히 자리잡고 있다.

각국으로부터 받은 특허증이다.

유리가공기계 강국은 이탈리아와 일본.삼한기계가 수출하는 가격은 대당 평균 6만달러로 선진국 제품과 비슷하거나 2천달러가량 비싸다.

성능이 낫다고 평가받기 때문.컴퓨터수치제어장치가 달려있는 자동화설비다.

컨트롤러에 숫자를 입력하면 판유리 테두리를 원이나 타원으로 자르고 다듬는다.

구불구불한 곡면으로 만들기도 하고 비스듬히 깎기도 한다.

거울은 반듯한 사각형이 주종을 이뤘다.

한데 요즘은 예술적인 형태로 가공된 거울이 대부분이다.

이 회사의 기계가 유리를 얼마나 잘 가공하는지는 일본의 유리가공 기능보유자들이 시위를 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일본 정부에 수입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삼한기계를 설립한 사람은 중졸 학력의 박경씨.두아들을 합쳐 네식구가 살던 서울 성수동 단칸 사글세방앞 손바닥만한 마당이 바로 공장이었다.

철근을 자르고 용접하다가 시끄럽다며 쫓겨나길 여러 차례.이렇게 기술을 쌓았다.

손에 나있는 수많은 상처가 모진 세월을 입증한다.

해외를 돌며 첨단기계의 흐름을 익히고 끊임없는 연구끝에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냈다.

"마음먹기 달렸네"라는 구호도 박씨가 직접 붙인 것.하지만 그는 성공이라는 열매를 맛보기도 전인 지난해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 했다.

회사는 혼란에 빠졌다.

거래처는 애프터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질까봐 주문을 취소했고 금융기관은 채권회수 움직임을 보였다.

부인 문경순(53) 씨가 사장으로 취임해 수습에 나섰다.

안팎의 동요를 가라앉히고 경영을 정상화시켰다.

격감했던 매출도 다시 늘기 시작했다.

올해는 작년의 10배인 1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제품과 신제품인 파형직선면취기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 박씨는 갔다.

하지만 노력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염원을 담은 현수막은 삼한기계뿐 아니라 한국 중소기업의 앞길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김낙훈 기자 n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