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여기저기에서 시커먼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노를 이용해 장애물을 피하면 이번엔 물살 빠른 여울과 만난다.

뒷자리의 가이드가 지시하는대로 허리를 굽히고 양다리에 힘을 바짝 준 채 노를 젓는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내려가던 카약은 머리위로 밀려드는 물살에 순간 중심을 잃고 빙그르르 돈다.

몸은 그대로 물속으로 풍덩 빠진다.

강원도 철원의 한탄강 순담계곡.

소용돌이 치는 여울은 무엇이든 금방 삼켜버릴 기세다.

강 양쪽으로 펼쳐진 비경을 감상하며 빠른 물살과 싸우는 카약.

중심을 잡고 물살을 따라 내려가기도 벅차지만 물보라를 뚫고 내리꽂힐 땐 강렬한 쾌감에 숨이 막힌다.

조용한 계곡에서 급류를 타며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카약의 계절이 돌아왔다.

카약 시즌은 4~10월까지.

산에서 눈이 녹아 수량이 풍부해지는 봄부터 날씨가 춥지 않은 가을까지 즐길 수 있다.

일단 래프팅으로 급류타기의 즐거움을 맛본 사람이라면 올해는 "카약"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카약의 가장 큰 매력은 급류에서 맛 보는 빠른 속도감.

스트레스 해소에 만점이다.

매번 달라지는 물의 깊이와 흐름도 신선감을 더한다.

청파카약클럽의 김명석 팀장은 "카약은 인공적인 것을 싫어하고 자연과 호흡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말한다.

카약은 원래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통나무의 가운데를 파서 제작하거나 에스키모인들이 바다표범 가죽을 이용해 만든 교통.사냥 수단의 배.

현재 레포츠용 카약은 폴리에틸렌 재질로 돼있다.

크기는 길이 3백60cm, 폭 60~70cm이다.

1인승으로 발을 뻗고 들어가 앉아 양날의 노를 사용한다.

카약은 뒤집힐 위험이 적고 뒤집혀도 쉽게 바로 세울수 있어 다시 올라타기가 수월하다.

배수기능도 좋아 침수우려가 없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느릿느릿 노를 저어야 하는 래프팅이나 카누에 비해 기동력이 월등하다.

카약은 보통 하루 4시간씩 이틀만 배우면 혼자서 탈 수 있다.

노젓기부터 시작해 중심잡기, 뒤집혔을 때 바로 세우는 "에스키로롤" 등을 차례로 배운다.

일단 "에스키로롤"을 해낼 수 있으면 안심하고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다.

처음에는 호수 같은 잔잔한 수면에서 시작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점차 물살이 빠른 강으로 나간다.

강에 적응하는데는 4~5회 정도의 연습이면 충분하다.

카약은 물살이 빠른 계곡이나 잔잔한 강에서 즐기는 "카약투어링"과 바다에서 파도를 타는 "카약서핑"으로 나뉜다.

카약서핑은 노젓는 방법 등 고난도 기술을 따로 배워야하기 때문에 중급자 이상만 가능하다.

최근엔 고무튜브로 만들어진 1~2인승 카누나 카약인 "더키"도 각광받고 있다.

날렵한 유선형의 보트 모양이 오리를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후 국내에서도 동호인들이 급속히 느는 추세다.

한쪽으로 노를 젓는 "인플래터블 카누"와 양쪽으로 노를 젓는 "인플래터블 카약" 두 종류가 있다.

기본 장비는 카약 노 구명조끼 헬멧 등.

물 들어오는 것을 막는 스프레이 스커트도 필수 장비다.

총 구입가격은 1백60만원 정도.

초보자는 대여해 쓰면 된다.

복장은 간단한 차림이 최고다.

어차피 물에 흠뻑 젖는 만큼 면보다는 방수가 되는 옷이면 더욱 좋다.

운동용 땀복도 훌륭하다.

한여름이 아니라면 긴팔 방수 점퍼를 꼭 챙겨야 한다.

물을 뒤집어 쓴 후 맞는 바람이 제법 차갑다.

신발은 가벼운게 편하다.

초보자는 4주간의 강습(20만원)을 마친 후 야외로 나갈 수 있다.

중급자의 경우 장비렌털 왕복교통비 중식비 보험료를 포함해 1인당 5만원선.

< 문의 > 청파카약클럽(02-2231-5220) 송강카누학교(02-3473-1569) 한백레저(02-515-6633)

[ 급류타기 ]

<> 래프팅 =급류타기의 "맛보기" 코스다.

4~10인승 고무보트를 타고 물길을 헤쳐 나간다.

발걸이에 발을 단단히 끼우고 가이드의 구령에 맞춰 노를 젓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협동심과 팀워크.

10분 정도의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 카누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쓰던 통나무배가 원조다.

한쪽에만 날이 달린 노로 배를 저어 나간다.

공간이 넉넉해 장비나 짐을 싣고 달릴 수 있다.

3급 정도까지의 급류를 탈 수 있지만 물결의 흐름이 완만한 강이나 호수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 카약 =급류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카약이 으뜸이다.

양쪽에 날이 달린 노를 저어 물살을 가른다.

회전과 조정성이 뛰어나 아무리 험한 지형의 급류라도 헤치고 나아갈 수 있다.

그만큼 난이도가 높고 교육 기간(초급코스 2일)도 길지만 최고의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 카약 명소 ]

국내 카약 명소는 주로 깊은 계곡이 있는 강원도에 많다.

그 중 인제의 내린천은 가히 카약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내린천은 물이 맑고 물살이 세다.

6~13km 길이의 3개 코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강의 너비와 물의 세기가 달라 다양한 맛의 급류타기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원대리~고사리간 6km는 최고의 코스.

계곡을 따라 포장도로가 나 있어 이동도 편리하다.

서울에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철원 한탄강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현무암이 깎아지른 듯한 협곡을 만들어 경치가 빼어나다.

하지만 갈수록 수질이 오염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순담~구탄교 6km 구간이 있다.

영월의 동강은 물길이 완만하고 주변의 자연경관이 뛰어나 "물길여행"에 알맞다.

짧게는 6km에서 길게는 2박3일 코스인 72km까지 있다.

도전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높이 4m의 직탕폭포도 명소로 꼽힌다.

경남 산청군의 경호강은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다.

강동균 기자 kd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