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방안.

양쪽 벽면에 투사된 흑백 화면에 카운트다운이 흐른다.

쓰리 투 원.

왼쪽벽에 막막한 사막이 펼쳐지면 멀리서 검은 차도르 차림의 여인들이 몰려온다.

무심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주한 오른쪽 벽에 꽂힌다.

장소는 성벽안.

흰 와이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은 일단의 이란 남성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호로로로~"한동안 멈춰있던 왼쪽화면 여성들이 일제히 조롱하는 듯한 혀소리를 낸다.

일순 정적이 흐르고 오른쪽 화면은 남성들의 놀란 표정을 비춘다.

화면정지.

여성들이 멀어져간다.

제3회 광주 비엔날레 대상을 수상한 이란출신 비디오 설치 작가 쉬린 네샤트(43)의 작품인 "무제(환희 시리즈)"(유럽아프리카 섹션)다.

"이야기의 중심인 남성과 그들을 바라보는 여성"으로 대비돼 서로 마주보며 반응하는 영상이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종교와 남성에 의해 억압받는 회교권 여성들의 정체성 문제와 이란의 정치 사회 종교문제를 포괄하는 현실인식을 담고 있다.

빼어난 영상미에 실린 주제의식이 "인+간"이라는 주제에 가장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럽아프리카 섹션을 조직한 커미셔너 르네 블럭은 "예술이 사회모순을 풀어내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특별전에 "터뷸런트 시리즈"(비디오 작품)도 함께 출품한 네샤트는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국제상을 수상했고 2000년 휘트니 비엔날레,시드니 비엔날레,리용 비엔날레에도 초청받은 국제적인 작가.

미국 UC버클리대학과 대학원에서 회화와 미술이론을 전공했다.

사진작가로 출발해 최근 비디오 작업에 열중하고 있으며 주로 외부적 여건에 의해 규정되는 자아정체성과 제3세계에 대한 편견과 가설에 대한 비판을 다룬다.

재미 한국 건축가로 제2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도시와 건축전"의 커미셔너였던 박경씨와 결혼했다 헤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