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최대 헤지펀드로 이름을 날렸던 타이거매니지먼트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타이거의 도산설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퍼졌었다.

지난 2년여동안 주식과 채권 통화투자에 잇달아 실패, 거액을 날리면서 도산은 시간문제로 여겨졌었다.

다행히 도산설이 오랫동안 나돈 덕에 "호랑이의 사망"은 국제금융시장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 전문가들도 지난 98년 파산한 미국의 대형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건때와 같은 큰 파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산임박소식이 전해진 29일 미국 증시나 외환시장이 충격을 거의 받지 않은게 그 증거다.

타이거의 최대 패착은 구경제 주식에 대한 집착이었다.

작년말부터 투자방향이 첨단기술주와 인터넷주 등 신경제 주식들로 바뀌고 있는데도 타이거는 고집스럽게 구경제 굴뚝주에 매달렸다.

특히 작년말 유에스항공 주식에 대거 투자한게 결정타였다.

로버트슨 회장은 유에스항공 주식 25%를 주당 40달러에 샀다.

그러나 지금 주가는 거의 반토막인 25달러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수십억달러를 날렸다.

로버트슨은 현재 GM, 베어스턴즈증권 등 전통 제조업및 금융주식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구경제 주식에 대한 투자집중화는 그의 "가치투자"(value invest) 원칙에서였다.

그는 기업이익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되는 주식들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

사실 이 투자방식으로 그는 지난 80년 타이거펀드 설립후 지난 98년까지 단 한해(87년)만 손실을 냈을뿐 연평균 26%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붐과 함께 가치주보다는 성장주가 주목받으면서 그의 투자방식은 필패의 악수가 되고 말았다.

뒤늦게 이를 깨닫고 연초에 첨단주식인 루슨트테크놀로지주에 투자했지만 시기상으로 이미 늦었다.

주당 70달러에 매입한 이 회사주가는 줄곧 하락, 한때 50달러 밑으로 갔다가 지금도 63달러에서 움직이고 있다.

결국 시대변화를 꿰뚫어 보지 못한채 가치투자와 같은 구시대 투자방식에 집착하다가 도산에 이르게 된 셈이다.

타이거 도산의 싹은 지난 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외채상환유예) 선언때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 선언후 러시아국채에서 그해 가을 6억달러의 투자손실을 입었다.

이어 그해 말에는 엔화투자에 실패, 10억달러의 손해를 당했다.

작년에는 주식투자에서 번번히 깨졌다.

올들어서만도 지난 1,2월에 각각 9%및 12%의 투자손실을 낸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펀드가입자들의 자금인출사태가 확산되면서 운용자산이 2백30억달러에 60억달러로 급감, 파산길에 들어서게 됐다.

이정훈 기자 leeho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