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부터 산삼을 산신이 내려주는 선초 또는 영약으로 여겨왔다.

이런 의식은 오늘날에도 심메마니들이 산삼을 캐는 과정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들은 입산하기 며칠 전부터 살생은 물론 부부간의 잠자리도 피하고 남과 다투지도 않는다.

산속에서는 가급적 대화를 삼가고 말을 하더라도 그들만의 은어를 쓴다.

"산삼"은 "뿌리시기",밥은 "무리니",술은 "마주보기"로 부르는 것이 그런 예다.

신성한 산신의 영역을 속세의 언어로 더럽혀 산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겠다는 뜻에서 생긴 관습이다.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고 소리치고 먼저 산신제를 지낸 뒤 조심스럽게 캐낸다.

산에서 캤다고 다 산삼은 아니다.

천종삼은 글자 그대로 하늘이 내려준 순수한 천연산 산삼으로 오래되고 약효도 탁월하다.

특별히 야생 꿩 등의 조류가 산삼씨를 먹고 배설해 자생한 산삼을 장쾌삼이라고 부른다.

산양삼은 산에다 사람이 산삼씨를 뿌려 공들여 키운 삼을 가리킨다.

하지만 장뇌삼이란 것은 인삼씨나 모종을 산에 심어 키운 삼이다.

산에 인삼씨를 바로 심은 것을 씨장뇌,밭에서 싹을 틔워 산에 옮겨심은 것을 밭장뇌라 부른다.

장뇌삼과 산삼은 수십년 경력의 심메마니들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인들이 산삼을 제일의 영약으로 친다는 것이 외국에도 알려진 탓인지 최근 중국을 비롯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산삼이 쏟아져 들어와 서울에는 두서너곳의 산삼 전문감정소까지 생겼다.

하룻동안 산삼이라고 가져오는 1백뿌리를 감정하면 2뿌리가량이 국산 산삼이라고 한다.

TV홈쇼핑을 통해 장뇌삼을 산양산삼이라고 속여 6천여뿌리 14억원어치를 1천5백여명에게 통신판매한 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유명 한의대교수와 한의사가 뇌물을 받고 감정서까지 써주었다니 산신령이 노할 노릇이다.

보약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고 사들이는 우리네 세태와 상품을 실제로 확인할 수 없는 TV홈쇼핑의 단점을 악용한 사기수법이다.

이런 상도덕수준을 가지고 어떻게 인터넷쇼핑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