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끼고 있는 관악구 신림.봉천동 지역은 밤늦도록 불을 밝히는 사람이 많기로 유명하다.

2백개가 넘는 고시원과 골목마다 즐비하게 늘어선 여관들.

관악구 일대의 밤을 환한 불빛으로 수놓는 곳은 고시촌만이 아니다.

이제는 첨단벤처기업에서 쏟아져 나오는 밤의 열기가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관악구 일대 벤처기업은 모두 1백70여개.

서울대 정문쪽 오성벤처빌딩에 6개,동서리치 빌딩에 13개,서울대 후문쪽의 오너벤처빌딩에 30개 등이 입주해 있다.

일반 건물과 전화국 동사무소 등 공공건물에도 빈 공간만 생겼다하면 벤처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서울대학교내 신기술창업네트워크 건물에 입주한 실험실 벤처 62개와 관악구내 2백50여개 소프트웨어 업체를 합하면 4백여개가 넘는 벤처기업들이 "디지털 밸리"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관악구 관내에 벤처기업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부터.

당시만 해도 이 동네는 IMF경제위기 상황이라 빈 사무실이 즐비했다.

관악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서울대와 손잡고 벤처타운 조성에 들어가는 등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벤처기업 지원팀을 별도로 구성,벤처기업이 값싼 임대료로 입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창업자금지원 회계.법률상담 등의 서비스에도 나섰다.

관악구가 적극적인 벤처기업 유치에 나서기 전인 97년에는 벤처기업이 자티전자 우리기술 쓰리알 등 36개에 불과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1백70여개로 늘어나 이제는 고시촌이라는 명성이 한발치 밀려날 정도가 됐다.

이 가운데 81개 기업은 이미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기업 확인을 받아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을 정도가 됐다.

"관악밸리"에서 활동중인 벤처기업 가운데는 복합기술문서 관리시스템을 개발한 포항공대 벤처1호 사이버다임,초음파 비파괴 검사장치를 만드는 어코랩,번역시스템 등 언어정보처리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언어과학,3차원 가상현실 저작프로그램을 만드는 사이맥스 등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들이 많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교수와 학생이 만든 디지털 영상저장시스템 개발업체로 주목받고 있는 쓰리알도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한 기업이다.

관악밸리 떠오르고 있는 것은 입지가 좋은데다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다.

인적자원이 풍부할 점도 큰 자산이다.

서울대는 관내 벤처기업에 기술과 정보를 제공해 주는 정보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서울대 숭실대 중앙대 등 인근 대학에서 배출되는 우수인력을 흡수할 수 있다.

서울대내 신기술창업네트워크의 경우 학교주변 벤처타운에 첨단기술과 차세대 벤처인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관악구 일대가 이처럼 "관악밸리"로 명성을 쌓아가자 관련 기업들이 속속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관악구는 이러한 수요에 맞춰 오는 6월부터 신림8동 동사무소에 2백46평 규모의 창업보육센터를 마련,15개 기업을 유치할 예정이다.

자티전자도 봉천동 남부순환로변에 9~10층짜리 사옥을 건립하면서 후배 벤처기업에게 사업공간을 마련해줄 예정이다.

관악구청 벤처지원팀 관계자는 "앞으로 신림동 주변에 밀집해 있는 고시촌과 여관촌 등이 벤처빌딩으로 탈바꿈해 관악구 일대가 머지않아 벤처기업의 메카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양준영 기자 tetrius@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