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혈된 눈, 따끔거리는 목, 가쁜 호흡, 그리고 두통과 헛구역질..."

요즘 월가에서는 이런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30일 보도했다.

이들에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나스닥 투자자라는 점이다.

이들은 이날도 이같은 "나스닥증후군"을 겪어야 했다.

하이테크및 인터넷주가 몰려 있는 나스닥지수는 이날 1백86.4포인트(4%)나 폭락, 투자자들을 애태웠다.

나스닥지수는 이번주들어 4일 연속 빠지면서 낙폭이 5백포인트(약 11%)를 넘었다.

현재 나스닥 상장주식중 3분의 2가 최고치 대비 30%나 주가가 떨어져 있다.

단순한 조정으로 보기엔 낙폭이 너무 크다.

나스닥 환자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첨단기술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와 우려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미국 하이테크 주가가 폭락할수 있다고 경고했다.

OECD는 4개월마다 발간하는 "금융시장보고서"에서 미국 첨단주식의 폭락은 비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198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모딜리아니는 이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첨단기술주는 버블상태이며 곧 버블이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에도 인터넷주의 대폭락 전망이 나와 나스닥 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대형 뮤추얼펀드중 하나인 템플턴그룹의 투자분석가 마크 모비우스는 인터넷 주가가 앞으로 최저 50%에서 최고 90%가량 추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틀전에는 "기술주를 팔아 치우라"는 애비 조셉 코언의 말 한마디가 나스닥시장을 충격속으로 몰아넣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투자분석가로 미국증시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월가의 그린스펀" "월가의 여제"로 불리는 그녀의 이 한마디는 나스닥 투자자들의 등에 식은 땀이 나게 했다.

이밖에 폴 크루그먼 MIT대 교수같은 정통 경제학자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같은 경제정책가들도 최근 미국증시, 그중에서도 첨단기술주의 버블을 경고했다.

인터넷과 통신 등 첨단 기술주의 주가가 과대평가돼 있다는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대전문가들의 경고가 연이어 나오자 첨단기술주가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올랐다는 진단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첨단기술주, 특히 인터넷주의 거품붕괴가 세계적인 현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주인 인터넷 등 첨단기술주의 세력약화는 일시적인 통과의례일 뿐이라는 분석도 강하다.

어차피 21세기 경제의 대세는 디지털화이기 때문에 첨단기술주가 곧 제 2의 도약기를 누리게 된다는 반론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