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실업자수 등에 이어 재벌정책이 여야간 새로운 경제이슈로 급부상했다.

민주당이 31일 한나라당을 "재벌비호당"이라고 몰아붙이자 한나라당은 즉각 관치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론을 폈다.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여야 모두 자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어 이를 둘러싼 공방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 부채비율 2백% 축소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이 부채비율 축소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것과 관련, 재벌이 은행돈을 마음대로 끌어다 쓰면서 대규모 설비투자를 벌이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혼신을 다해 추진했던 재벌 개혁을 후퇴시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금융기관 기업 투자가들이 부채비율 축소를 자율적으로 결정해야지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폈다.

한나라당은 또 법적 근거없이 부채비율을 일률적으로 결정한 것은 관치금융의 전형이라고 맞받아쳤다.

<> 총액출자제한제도 =민주당은 30대 재벌들을 대상으로 순자산의 25% 이상을 다른 기업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총액출자제한제도"를 강력히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고 중소기업의 기반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제도의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내 기업에만 이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연결재무제표를 도입해 순환출자를 하지 못하도록 경영감시를 강화하면 재벌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 금융기관 주인찾기 =민주당은 금융기관의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재벌개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당분간은 소유 지분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공약처럼 금융기관 소유제한을 일시에 풀면 재벌기업들이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돼 사실상 자금을 독식하는 등 경제력 집중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은행의 주인을 찾아줘야 전문경영인이 정부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책임경영을 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는 재벌 옹호와는 전혀 상관없고 금융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조치라는게 한나라당의 인식이다.

<> 외국인 노동자 처우 =한나라당이 외국인 노동자의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취업제한을 철폐하자는 공약과 관련, 민주당은 기업가의 입장만 생각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같은 방침이 급격히 시행되면 국내 실업자와 저소득층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노동시장을 선진화하고 국내 생산 요소시장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근로자 복지 문제는 별도로 추진하되 노동시장을 선진화시켜야 국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지주회사 설립 =지주회사 설립을 제한없이 허용하면 총수 1인 지배 및 족벌경영이 용이해지는 만큼 부채비율 기준 등 엄격한 제한이 불가피하다는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더욱 투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태웅.김미리기자 redael@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