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경험이 없는 A씨는 창업정보를 수집하던중 과일 편의점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과일 편의점은 광주리에 과일을 가득 담아놓고 주먹구구로 팔던 종전의 과일점과 달리 냉장고 등을 활용해 과일을 깔끔하게 진열해 놓는 한편 각종 과일 가공품과 특이 작물도 판매하는 현대식 청과상.

창업자금이 부족했던 A씨는 점포를 수소문한 결과 18년 이상된 서민아파트와 연립주택이 8백가구 이상 있고 새로 지은 고급 아파트 인근 2차선 도로변에 위치한 값싼 점포를 발견하게 됐다.

권리금 없이 보증금 1천만원,월세 60만원에 점포를 구했다.

주변 조사를 해보니 광주리에 과일을 담아놓고 파는 영세한 가게와 슈퍼는 있어도 본격적으로 과일만 파는 전문점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픈 초기 주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건 아니나 썩 잘되는 편은 아니었다.

A씨는 산지 배를 직접 공급받아 싸게 판다고 광고를 하는 등 점포 운영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매출액은 전혀 늘어날 기미가 없었다.

하루 4만원어치 정도만 팔았을 뿐이었다.

궁여지책으로 야채나 반찬거리,생선 등도 취급해 봤으나 결국 창업 6개월만에 만화 대여점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점포를 내주고 사업을 정리했다.

A씨의 실패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신업태라는 점에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준 것을 들 수 있다.

과일 편의점은 선진국에서는 인기를 얻고 있는 업종이지만 아직까지 국내 현실에는 맞지 않는 측면이 많다.

해당 분야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던 것도 한 원인이다.

청과물 시장에서 과일을 받아서 팔면 된다는 식으로 유통구조를 가볍게 생각했던 것도 실수였다.

과일도 동네에 따라서 선호되는 종류가 다르다는 점을 몰랐고 가격 책정이나 진열기술,재고 처리 문제 등에 대해서도 준비가 부족했다.

가게 분위기 연출에도 실패했다.

어설프게 고급 점포를 흉내냈지만 간판색이나 조명선택 등에서 오류를 범했다.

과일을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자면 붉은 빛이 나는 직.간접 조명을 적절히 활용하고 가게 색상도 원색으로 하는게 필요한데 A씨는 아무 특색없는 흰색 벽에 텅빈 느낌을 주는 형광등만 달아놓았던 것이다.

상품 진열 노하우도 부족했다.

점포 전면에 산지직송 판매라는 광고를 붙인 배를 팔았지만 상품의 질에 비해 가격이 비싸 고객을 끄는 미끼 상품으로는 완전 실패였다.

오히려 이 집이 결코 싸지 않다는 인식만 심어줬다.

점포 내부에도 비슷한 것끼리 모아두고 상품을 더 신선하고 푸짐하게 보이게 하는 기교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신업태라 경쟁업소가 없다는 사실에 자만했던 것도 잘못이다.

실제로 슈퍼나 허름한 과일가게,채소가게,노점상 등이 모두 경쟁점포였고 이 업소들 역시 나름대로의 상품 유통 노하우를 가지고 이미 단골을 확보하고 있었던 점을 소홀히 했다.

결론적으로 A씨의 실패 원인은 치밀한 사업계획이 없었던 것,해당 업종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원하는 업종을 억지로 자신이 가진 창업자금에 꿰맞추려고 했던 점이었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pc 통신 LKH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