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출신의 국민은행장 선임을 계기로 관치금융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한국의 금융개혁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내 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무디스사는 스티븐 매스(Steven A.Mess)와 빈센트 트루글리(Vincent J. Truglie)연구원이 작성한 특별발표(Special Comment)를 통해 금융개혁 지연이 한국의 국가신인도 제고에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국가들은 30%가 넘는 높은 저축률에도 불구하고 금융기능이 취약해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이 덜 발달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인 은행자금이 신용분석이나 위험가중 수익률에 따라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부동산 및 제조업 설비에 과잉투자돼 금융위기가 초래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이 보고서는 관치금융,금융기관과 차입자간 유착과 부패를 들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금융개혁에 나서고 있으나 경제가 회복되면서 개혁의지가 후퇴되고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제2의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비단 무디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취약한 금융기능이 외환위기의 최대 원인이었다는 지적은 그동안 수없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이번 무디스의 지적은 6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요란하게 추진된 한국의 금융개혁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강도 높은 금융개혁을 추진해 왔다.

총 2천1백여개 금융기관중 15%에 해당하는 309개 금융기관을 회생 불가능하다고 보고 정리했으며 나머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6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예금대지급과 부실채권 매입,증자참여를 통해 회생을 지원했다.

그 결과 은행의 BIS 비율이 높아지고 감원.점포축소.자산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금융기관의 경쟁력도 상당부분 향상되는 외형적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아직도 금융개혁이 미진하다고 느끼는 것은 금융부실을 초래한 원인치유가 미흡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의 금융기관 지배력이 현저히 높아진 상황에서 재무구조개선약정 기업개선작업 등에 따라 주요기업들이 금융기관 지배하에 들어가 자금배분에 있어 정부가 간여할 여지는 오히려 더 확대됐고 대출관행.위험관리 등 금융기법에 있어서는 별다른 개선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분야의 건전성 확보는 국가신인도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부실금융기관 발생시에는 이를 구제하기 위한 공적부담이 초래돼 국가의 대외지불능력이 저하되고 금융시스템이 자금을 국가경쟁력이 극대화 되도록 배분하지 못할 경우 외국빚 갚는데 사용할 외화획득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가신인도를 외환위기 전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금융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경환 <전문위원 kghwchoi@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