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비즈니스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의 인터넷이 기업 차원의 비용절감 및 서비스 개선에 이용됐다면 앞으로의 인터넷은 그 적용범위가 기업에서 산업전반으로 옮겨가 산업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구조 및 기업전략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3사가 효율적 부품구입을 위해 최근 합의한 인터넷 컨소시엄 (consortium) 은 인터넷 비즈니스에 일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연이어 시어스 (Sears) 를 위시한 미국과 유럽의 대형 소매점들이 공동 인터넷 시스템 구축에 합의했고 미국의 대형 농업관련 업체들은 구매 및 판매에 관한 공동 웹사이트 개설에 동의했다.

바로 며칠 전에는 미국에서 가장 큰 주택건설 업체 5개사가 통합 웹사이트 판매에 합의했다.

이처럼 인터넷 공조현상에 촉매가 된 자동차 3사의 인터넷 컨소시엄 발표가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 합의문으로 인해 형성될 자동차 부품 사이버 시장의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연간 2천4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장에 참여하는 부품 업체수만도 수만 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독점 금지법에 저촉될 가능성을 우려해 공동구매는 배제하고 있지만 빅 3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공동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부품조달회사를 통해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인터넷 컨소시엄이 본격 가동되면 부품 공급업자와 디자인 규격 등 모든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교환된다.

하나의 인터넷을 통해서 판매업자 구매업자가 전세계적으로 모두 연결되기 때문에 부품 구매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며 비용절감 효과도 커지게 된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새로운 인터넷 시스템에 의한 비용 절감효과를 실제 자동차 가격의 약 5%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이와 같은 비용절감 및 경영효율증대 효과 때문에 일본 및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참여의사를 보이고 있다.

빅 3의 인터넷 컨소시엄 사례는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선진 기업들에 의한 인터넷 컨소시엄 형성과 같은 사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돼 인터넷 산업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등장하고 있다.

이제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게 됐다.

둘째,인터넷 컨소시엄의 예와 같이 새로운 인터넷 경영 기법으로 인해 기업 및 산업차원에서 효율성이 많이 높아지고 있으나 가장 큰 수혜자는 소비자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인터넷 컨소시엄으로 인해 빅 3가 얻게 될 5%의 비용절감 효과는 결국 경쟁사들간에 새로운 가격경쟁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셋째,이상과 같은 경쟁체제에서 기업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생산성은 전보다 많이 좋아졌는데 이윤은 별로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핵심역량이 절대적인 측면이 아니라 상대적인 관점에서 다른 기업과 비교해 평가되기 때문이다.

내가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더라도 경쟁자가 같은 기술을 습득했다면 경쟁우위 측면에서 볼 때 나아진 것이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초과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또 다시 남다른 노력을 통해 새로운 차별화를 얻어내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의 논지들을 종합할 때 한국 기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우선 한국 기업들은 전세계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내고 여기에 발빠르게 동참해야 한다.

1류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라면 2류기업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기업이다.

반면 이러한 변화에 둔감한 채 과거의 패러다임만을 고집하는 기업은 3류기업이 돼 낙오자가 된다.

세계 3대 자동차 제조 거인들이 제시한 인터넷 컨소시엄안은 세계시장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으며 지난 수년간 자동차 인터넷 판매를 반대해왔던 미국의 자동차 딜러 업계가 공동 웹사이트를 개설하기로 했다는 기사도 산업전반에 거세게 불어닥친 인터넷의 새로운 물결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산업구조의 변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많은 피해집단이 생기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해집단에 대한 구제 수단 마련책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피해집단 자체가 자신의 이익을 방어할 것처럼 보이는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효율성이 높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일 것이다.

hcmoon@sias.snu.ac.kr